美 물가상승률 13년만에 최고치.. 인플레 잡으려 돈줄 죌수도
반도체 공급난에 신차 가격 올라.. 美송유관 해킹 유가상승 부추겨
中 4월 생산자 물가도 6.8% 올라.. 긴축 전환땐 증시-자산시장 타격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을 도모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주식 등 자산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세계 각국의 자산 시장도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최근 들어 가파른 물가 상승을 보여주는 지표는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심상치 않다.
미국 노동부는 12일(현지 시간)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4.2%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 3.6%보다 높은 것으로, 원자재 값 상승 등으로 글로벌 물가가 뛰었던 2008년 9월 이후 거의 13년 만에 최대치다.
중국 물가도 들썩이고 있다.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보다 6.8% 올라 3년 6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PPI가 줄곧 마이너스(―)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올 들어 상승폭이 매우 가팔라졌다.
최근 반도체 공급난 역시 자동차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에서 팔린 신차 모델 평균 가격은 3만7572달러로 1년 전보다 7% 올랐다. 최근 미국의 최대 송유관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킹을 당해 운영이 중단된 것도 휘발유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1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값은 갤런당 2.985달러로 상승해 2014년 11월 이후 약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이처럼 휘발유 공급이 줄고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남동부 지역에서는 주유소에 차량이 길게 늘어서는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버지니아 등 일부 주의 주유소에서는 기름을 미리 채워 넣으려는 차량이 몰리면서 휘발유가 동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11일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473.66포인트(1.4%) 떨어진 34,269.16에 거래를 마쳤다. 올 2월 말 이후 두 달 반 만에 최대 폭의 하락이다. 증시 하락 폭이 커지자 이른바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23.73으로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증시가 물가 상승에 특히 취약한 것은 향후 통화당국이 긴축으로 방향을 틀 경우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도 최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일부 자산의 가격이 역사적으로 높은 상태”라며 “위험 선호 현상이 꺼지면 자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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