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아브라카다브라

임의진 목사·시인 2021. 5.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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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랑말 로시난테의 네 발을 꽁꽁 묶어서라도 돈키호테가 출정하지 못하도록 뜯어말린 하인 산초. 그러다가 똥까지 지린다. 산초의 심정을 알겠어. 봄이다 싶으니 ‘아니 벌써’ 기습 고온. 봄의 바짓가랑이를 꽉 붙잡고 싶다. 좋은 일은 잠깐이고 궂긴 일은 잦고도 신속해. 그러니 좋은 일을 자주 기억하고 기념하자, 우리.

중세 주술사들의 주문 ‘아브라카다브라’. 소원대로 이루어지리라는 뜻. 중세 땐 열병이나 돌림병이 들었을 때 민간 치료사이기도 했던 주술사들이 이 주문을 외웠다고 해. 사실 이 말은 ‘아브렉 아드 하브라’란 히브리어에서 비롯된 말. ‘당신의 불꽃이 세상을 밝힐 것이다’라는 뜻이야. 걸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부른 노래도 있지. “이러다 미쳐 내가. 여리여리 착하던 그런 내가 너 때문에 돌아. 내가 독한 나로 변해. 내가 널 닮은 인형에다 주문을 또 걸어… 랄랄라라 아브라카다브라, 다 이루어져라.” 팔짱 끼고 엉덩이를 마구 흔드는 춤을 기억하니? 따라 했다간 허리 나간다. 조심해.

읍내 길거리에 연등이 가득 내걸렸구나. 한 어린 친구가 말했어. “절 좋아하세요?” “물론 좋아하지” 금세 얼굴이 복숭아처럼 빨개졌다. “해인사 송광사 대흥사 운문사….” “칫 너무해요.” “그래 나 무할게. 넌 배추해라.” 이런 몹쓸 장난쟁이.

절집에 ‘불꽃 아이’가 태어나 기억하고 기념하는 날. 좋은 날은 기억해야지. 부처님의 불꽃이 세상을 밝힌 날. 퀘이커 교도들은 진실과 진리라는 영어 단어 ‘truth’가 어찌나 소중한지 대명사 T를 항상 붙여 Truth라 쓰길 좋아한대. 우리 자신, 우리 내면의 불꽃은 진실과 진리란 기름으로 타오르지. 진실과 진리만이 우리 영혼에 만족감을 주고 해방감을 준다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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