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논문 표절 '가짜 박사' 없애야 선진국 된다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 2021. 5. 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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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공직을 맡을 후보자가 ‘가짜 박사’임이 드러났다고 크게 보도한다. 드러난 것만 문제로 삼지 말고, 가짜 박사를 아주 없애야 한다. 사실만 보고 개탄하지 말고,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가짜라는 것은 남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말이다. 물건을 훔친 것과 같은 절도 행위다. 연구 윤리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지 말고 형사범으로 다스려야 한다. 절도죄는 윤리적 검토 대상이 아니며,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의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한다.

박사 학위는 대학 교수 면허증이다. 가짜 박사는 거짓되게 취득한 운전면허보다 더 큰 해악을 끼친다. 운전면허는 부정으로 발급하는 것을 법으로 막으면서 박사 학위는 가짜로 취득할 수 있게 방치하는 것은 크게 잘못되었다. 깊이 반성하고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박사 학위 수준이 낮은 것도 크게 염려해야 한다. 박사 학위 수준은 국가 수준 평가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가짜 박사가 흔하고, 가짜는 아니라고 해도 평가할 만한 박사의 가치가 모자라는 나라는 부끄러운 후진국이다. 이제 우리가 선진국으로 나아간다는 기대를 무참하게 짓밟는 폭거를 막아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표절은 처벌해야 한다. 박사 논문 표절은 다른 표절보다 더욱 엄하게 다스려야 한다. 표절 여부를 박사 학위를 준 대학에 맡겨 조사하게 하지 말고, 사법기관에서 판정하고 기소해야 한다. 당사자는 절도죄, 논문 지도 교수도 절도 방조죄에 해당하는 죄로 처벌해야 한다.

지도 교수가 논문 표절을 알아차리지 못할 수 있다. 수준 높은 논문을 쓰도록 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도 있다. 이런 이유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가? 아니다. 무자격자는 박사 논문 지도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삼아야 한다.

독일에서 하빌리타치온(Habilitation)이라는 이름으로 정착시킨 박사 지도 교수 자격 검증 제도를 일본이나 중국에 이르기까지 세계 대다수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 제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건국 과정에서 창졸간에 저지른 실수이다. 어느 특정 대학 교수들만 박사 논문을 지도하도록 하지는 말아야 한다. 세상에서 말하는 대학의 등급과 교수의 능력은 상관이 없다. 몇몇 대학이 박사 학위 수여를 독점하면 질이 더욱 저하된다. 어느 대학에 재직하고 있든 능력 뛰어나고 의욕이 남다른 교수는 일정한 검증을 거쳐 박사 지도 교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선의의 경쟁이 발전을 가져온다.

연구 업적과 연구 능력이 탁월해야 박사 지도 교수가 될 수 있게 한다. 박사 지도 교수가 되고자 해서 검증을 신청하려면 대표적인 업적을 교육부에 제출하도록 한다. 필요한 대로 별도의 심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심사할 수 있으나 대한민국학술원에 일괄 의뢰하는 것이 효율적인 방법이다.

박사 지도 교수는 지도 학생 선발권을 가지도록 한다. 박사 지도 교수가 없으면 박사 과정 학생을 모집할 수 없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박사 과정 강의나 박사 논문 심사는 박사 지도 교수들끼리 협의해, 대학의 범위를 넘어서서 전국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특정 대학의 패권주의가 사라지고 대학의 등급이 없어지도록 하는 전기도 마련할 수 있다.

가짜 박사를 없애야 나라가 제대로 된다. 박사 학위의 수준 향상을 선진화의 필수 과제로 삼아야 한다. 학문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 특단의 노력을 해야 하는 중대한 고비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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