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 장 줄리앙의 인사

서울문화사 2021. 5. 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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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장 줄리앙(Jean Jullien)이 <다시 안녕 hello again> 이라는 타이틀의 회화 전시로 국내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의 일상은 안녕한지, 다시 한국을 방문하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질문했다.


©MANOU MILON 한국에서 첫 회화전을 열며 30여 점의 신작을 공개한 작가 장 줄리앙.


©Jean Jullien 서핑, 산책, 바다 등을 주제로 보통의 일상과 경험을 따뜻하게 담아낸 장 줄리앙의 작품.


©Jiyong Yoon 장 줄리앙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누누(NouNou)의 인기 아이템인 주스 잔과 와인 잔 세트.


©Jiyong Yoon 이번 전시와 함께 열린 누누 팝업스토어를 통해 첫선을 보인 누누의 시계.

지금 알부스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전시, <다시 안녕 Hello again>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지난 1년, ‘록다운의 해ʼ라고 불렸던 시기에 작업한 회화 작품이에요. 1년간 저에게 일어났던 일들, 또는 예전에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다양한 시공간을 묘사한 작업물들이지요. 작품들을 한데 모아보니 그림 속의 장면들, 작업을 하던 날의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면서 편안한 느낌이 들었어요. 매번 같은 눈으로 관찰하고 같은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같은 사람이지만, 저 역시도 그동안 이사를 했고, 나이가 들고, 변화했죠. ‘시간이 그저 흐른다는 것ʼ에 대해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감정을 느꼈어요. 저의 작품을 보시는 분들도 지난 시간의 흐름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떤 식으로 작업에 돌입하는지가 궁금해요. 주제를 정하고 그림을 그려나가나요? 아니면 막 떠오르는 것을 표현하나요? 둘 다라고 볼 수 있죠. 제 작업의 일관된 주제는 일상이에요. 일상 속 친구, 가족, 바다, 자연, 동물을 모두 담다 보니 다루는 대상이 광범위합니다. 아이디어가 반짝 떠오를 때도 있지만 보통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요. 그럴 땐 책상에 앉아서 아무거나 그려보고, 주변에 있는 물건들을 만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각을 꺼내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재밌다고 느낀 게, 저는 그저 영감을 받았던 것들에 집중해서 작업을 했을 뿐인데 한데 모아보니 모든 작품들이 하나의 주제로 모아진다는 거였어요.

작가로서 일상을 다룰 때, 어떤 점에 주력하나요? ‘어떻게’가 핵심이에요. 머릿속에 떠오른 걸 시각적인 메시지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일러스트든 페인팅이든, 어떤 조형물의 형식이든 작가가 건네는 언어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제가 골몰하는 건 생생한 묘사보다는 제 속에 있는 걸 어떻게 전달할지, 표현하는 방식(telling)입니다.

작업실에서의 일상은 어떤가요? 저는 보통 9시 30분쯤에 도착해서 같이 스튜디오를 쓰는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가볍게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다음엔 이메일을 체크하고 일러스트 작업을 하고 나면 아래층 작업실로 가서 그림을 그려요. 작업실이 꽤 큰 편이고 방도 여러 개라 제 동생이 바로 옆에서 목공 작업을 하고, Gwendal, Paul, Jeremy 등 친구들은 또 다른 층에서 각자 작업을 하죠. 서로 작품에 대한 의견 교환도 하고, 다트도 하고, 보드도 타고…. 덕분에 작업실에서 보내는 일상이 즐거워요. 넓고 외로운 스튜디오보다는 즐길 거리와 친구, 가족이 함께하는 지금이 맘에 들어요.

©MANOU MILON 그의 회화 작업은 주로 파리에 위치한 스튜디오 1층 작업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MANOU MILON 그의 회화 작업은 주로 파리에 위치한 스튜디오 1층 작업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가장 큰 영감을 주는 장소는 어디인가요? 바다라면 다 좋아요. 다음에 한국을 방문하면 꼭 바닷가에 가보고 싶어요!

이번 전시에는 유독 바다를 표현한 그림들이 많고, 아름답더라고요. 어디였는지,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저희 가족이 살던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역의 레스코닐(Lesconil) 해안이에요. 사실 어느 바다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름다운 바다는 세계 어느 곳에나 있고, 바다라는 본질은 변화하지 않은 채 순환하면서 끝없이 펼쳐지죠. 바다는 일종의 매개체 같아요. 바다는 땅의 끝이기도 하지만,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시작점이기도 해요. 내가 바라보는 바다의 반대편 끝엔 또 다른 일상이 펼쳐지고 있겠죠? 그래서 바다는 저에게 일종의 시처럼, 특별하게 느껴져요.

작업을 하지 않을 땐, 주로 뭘 하고 지내요? 서핑을 정말 좋아해요. 또 그래픽 노블을 읽고 1980년대 장난감을 수집합니다. 좀 의외인가요?

작업이 잘 안 될 때, 창작의 한계를 느낄 땐 어떻게 하나요? 바다를 보거나, 온라인 세상의 알고리즘에 운명을 맡깁니다. 둘 다 끊임없이 변화하며 어마어마한 양의 무언가를 준다는 공통점이 있죠.

서울과 프랑스에서 자주 들르는 아지트가 있나요? 서울에서는 한남동 쪽의 ‘Against the machine’이라는 바예요. 제가 한국에 도착하면 친구 Jae가 항상 저를 데려갑니다. 거기서 소개를 받고 친해진 Jae의 친구들이 다 좋았어요. 파리에서는 뷔트 쇼몽 공원이요. 거기에 들어서면 바깥세상과 한 발짝 떨어진 느낌이 들어요. 몽마르트르도 좋아하는데 골목마다 산책을 다니면 각기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죠. 요즘은 상대적으로 한가로워서 즐기기 좋았어요.

한국에서 당신의 브랜드 누누가 정말 인기가 많아요. 실감하시나요? 친구들과 만들어가는 작은 브랜드로서 아직은 부족함이 많지만 응원해주는 분들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있어요. 진정성 있게, 지속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재밌게 나아가고 싶어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살짝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벌써 기대됩니다! 도쿄에서 ‘Pépéʼ라는 이름의 큰 프로젝트 하나를 준비하고 있어요. 애니메이션, 조각, 작은 피규어 형식의 작품과 저의 첫 번째 그래픽 노블도 이때 공개돼요. 또 Niels Kantor라는 작가와 함께 LA에서 전시도 열 예정이고, 동생인 Nico와 낭트 식물원을 위한 새로운 조각품도 만들고 있고. 더 많은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다 너무 재밌게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저도 너무 기대돼요!

알부스 갤러리에서 2021년 4월 1일부터 5월 30일까지 열리는 장 줄리앙의 개인전 <다시 안녕 Hello Again>.

기획 : 김의미 기자  |   자료 제공 : 누누(nounou.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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