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그냥 '흡연 금지'라고 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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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 장소는 날개 위입니다. 흡연 중 감상하실 영화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되겠습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사는 이와 같은 재미난 멘트를 내보내고 있어 '흡연 금지' 혹은 '흡연 시 벌금' 등과 같이 안내하는 기존의 항공사와 사뭇 대비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여러 항공사들이 도산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저가항공사인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흑자를 설명해 주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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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전략이 항공업계 전체에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을까? 글쎄다. 외국인으로 미국에 살아본 경험으로 의견을 보태자면, 나에게는 그다지 유쾌한 여행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주위에서 모두들 웃고 있는데 나만 미처 따라가지 못해 웃지 못할 때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때로는 혼자서 오해를 한다.
‘이 비행기에서는 날개 쪽 어느 지점에 흡연 장소가 정해져 있구나. 흡연실에서 고전영화까지 상영해 주는 건가?’
유머란 그런 것이다. 언어문화적 맥락을 잘 이해하는 원어민에겐 웃음을 주지만 비원어민에게는 소외와 오해를 유발시킨다. 저가항공사의 비행기 좌석에 고단한 몸을 기대어 눈 좀 붙이려는데, 눈앞에서는 승무원이 스탠딩 코미디를 연출하고 여기저기서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리면 성가실 따름이다.
비원어민에게는 ‘비행기 날개 위에서 담배를 피우라’고 하기보다 ‘흡연 금지(No Smoking)’라고 직설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좋다. 그것이 배려다. 조심스럽게 돌려서 말하거나 유머를 섞어서 말하거나 빠른 속도로 말하면 이주배경을 가진 외국인과의 소통에는 장애가 일어나기 십상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렇게 스탠딩 코미디와 유머를 활용하는 경영방침을 가지고 있는 항공사에 외국인이나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한 1.5세대 자녀들은 승무원으로 취업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외국인에게는 승객으로도 직원으로도 쉽지 않은 비행이 될 것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한국에 외국인 주민이 증가했고 대학에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도 엄청 증가했다. TOPIK 시험 등으로 한국어능력을 검증받고 입학한 유학생을 지도할 때도 문화적 맥락이 들어간 부분은 표현을 바꾸어 반복적으로 설명해 주어야 한다.
중요한 메시지는 의문문을 사용하면 오해가 생길 수 있으니 직설적으로 말하는 것이 좋다. “학번도 쓰지 않고 과제를 제출하면 되겠어요?”보다는 “과제를 제출할 때는 학번을 꼭 쓰세요! 학번! student ID number!”라고 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10년 넘게 영어를 배우기 때문에 외국어로 소통하면 어떤 마음이 드는지 잘 알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에 온 이주민의 마음을 헤아려 보는 것은 어떨까?
조형숙 서원대 교수·다중문화 이중언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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