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신군부' 주장 무너졌다.."5·18 계엄군, M60으로 시민들 조준사격"

2021. 5. 12.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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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위 "민간인 학살 관련 유의미한 증언 다수 확보..지휘부 군인들의 양심고백 필요"

[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기관총을 설치하고 저격수를 배치해 시민을 조준 사격했다는 당시 계엄군의 진술이 나왔다. 계엄군의 기관총 사용과 조준 사격이 당시 투입된 장·사병의 진술을 통해 확인된 건 처음이다.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는 12일 서울 중구 조사위 대강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M60 기관총으로 직접 사격했다는 당시 중사 계급 계엄군의 인정 진술이 처음으로 나왔다. 7명 이상으로부터 진술을 확보했다"면서 "사거리가 긴 M1 소총에 조준경을 달고 저격수를 배치해 시민을 조준 사격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조사 개시 1년을 맞아 중간 보고 형식으로 진행됐다. 조사위는 당시 투입된 계엄군 2만353명 중 10%에 해당하는 2000명 이상을 조사한다는 목표로 지금까지 200여 명의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위는 계엄군이 M60 기관총과 M1 소총을 사용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M60와 M1은 7.62mm구경으로 시민군이 사용한 칼빈 소총의 구경과 같다. 그동안 계엄군은 M16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5.56mm 구경이다. 이에 따라 당시 사망자 신체의 총탄의 구경을 이유로 신군부는 "(7.62mm 구경을 사용한) 시민군 간 오인사격으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며 "시민군이 아니라 폭도였다"고 주장을 했었다.

그러나 이번 증언으로 신군부 측의 주장의 근거가 사실상 사라진 셈이다. 게다가 기관총 사격 증언들이 나오면서 '그간 기관총 사격을 했다는 사실이 은폐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새롭게 제개될 수 있다.

조사위는 "탄도학 등의 관련 분야 전문가들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의 전문기관에 관련 진술 내용을 의뢰해 추가 정밀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번에 확보된 증언을 바탕으로 광주교도소 일원에서 희생된 총상 사망자의 사인을 다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위는 계엄군이 기관총과 저격수로 민간인을 사살했다는 증언도 다수 확보했다고 밝혔다. 당시 광주에 투입된 제3·11공수여단 부대원 58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11공수여단은 1980년 5월 21일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직후 광주 금남로 주변 건물 옥상에 저격수를 배치해 시위대를 조준 사격했다.

또 제3공수여단은 20일 광주역에 이어 22일부터는 광주교도소의 네 개의 감시탑과 정문 출입구 양쪽의 건물 옥상에 각각 1대씩 총 6대의 M60와 함께 조준경을 부착한 M1 소총을 배치해 광주교도소 양 옆의 광주~순천 고속도로와 광주~담양 국도를 지나는 차량과 사람을 사격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위는 이곳에서 사격 사건이 그동안 알려진 5건을 포함해 최소 13건 이상이 있었다고 밝혔다.

조사위는 당시 광주교도소에 투입된 계엄군으로부터 "고속도로를 지나는 신혼부부를 사살해 현장에 매장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며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또 광주교도소에 집결하는 시위대를 향해 사격해 최소 3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복수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교도소 인근 사건을 기록한 당시 지도 ⓒ프레시안(조성은)

최용주 조사위 조사1과장은 "발포와 관련된 그 많은 문건에도 명시적 발포나 명령을 유추해낼 수 있는 물적 증거가 전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며 "지휘부에 있었던 군인들, 상층부의 양심고백, '스모킹 건'에 가까운 증언이 없으면 많은 부분 추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송선태 조사위원장도 "지난 1년간 진상을 밝히기 위해 예단과 편견을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을 발굴·확인하는 데 온 힘을 쏟아왔다"며 "진실에 기초한 국민 통합을 달성하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 사회 공동체가 반목과 갈등, 폄훼와 왜곡을 극복하고 대화합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조사위는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광주봉쇄작전'이 수행되는 동안 송암동 일원에서 만 4세 아이가 총격으로 사망한 뒤 암매장된 사건의 가해자를 특정하고 피해자의 신원을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또 "광주교도소 최소 41구, 주남마을 최소 6구, 송암동 최소 8구 등 총 55구의 확인되지 않은 시신을 추적 중"이라며 "현장에서 암매장의 지시·실행·목격했다는 증언에 따라 당시 계엄군이 '사체처리반'을 운용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조성은 기자(pi@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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