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평택항 산재 참사, 어김없이 드러난 '위장 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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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경기 평택항에서 일하다 300㎏짜리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이선호씨의 산업재해 사고에도 어김없이 '위장 도급'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씨의 고용 실태를 분석한 <한겨레> 보도를 보면, 이씨는 형식적으로는 하도급 업체 소속이면서 실질적으로는 원청 업체의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이중 신분'이었다고 한다. 한겨레>
이씨는 '우리인력'이라는 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었고, 우리인력은 '동방'이라는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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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지난달 22일 경기 평택항에서 일하다 300㎏짜리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숨진 이선호씨의 산업재해 사고에도 어김없이 ‘위장 도급’이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씨의 고용 실태를 분석한 <한겨레> 보도를 보면, 이씨는 형식적으로는 하도급 업체 소속이면서 실질적으로는 원청 업체의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이중 신분’이었다고 한다. 고용 비용을 줄이면서 법망도 피해가려는 꼼수가 ‘위험의 외주화’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구조에 의해 또다시 20대 초반 청년의 꿈 많은 삶이 비극적으로 꺾이고 말았다.
이씨의 고용구조는 형식과 내용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이씨는 ‘우리인력’이라는 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었고, 우리인력은 ‘동방’이라는 업체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었다. 그런데 이씨는 동방으로부터 지휘·감독을 받으며 일했다. 이는 불법이다. 하도급 계약은 일감을 놓고 계약하는 것이어서 원청은 해당 노동자를 지휘·감독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두 업체가 맺은 계약 내용을 보면 사실상 단순 인력 공급 계약이다. 노동계에서는 굳이 하도급 계약의 형식을 취한 이유가 ‘유사시’를 대비해 실제 사용자를 감추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한다.
지역 노동계는 일회성 업무가 아닌 고정 업무도 일용직 노동자로 채우는 사례가 평택항 현장에 만연해 있다고 전한다. 소속이 다른 노동자들이 복잡한 업무에 함께 투입되다 보니 위험 요인을 살피고 예방하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씨의 죽음도 이런 구조가 낳은 참극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일하다 추락사한 용접 노동자 장아무개씨의 경우도 복잡한 원·하청 고용구조가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장씨가 일하던 원유수송선 안의 원유 탱크는 추락 위험이 있다는 지적에도 이에 대비한 안전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고 한다.
2018년 12월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일명 김용균법)은 고용 형태와 상관없이 원청이 작업장 안전을 책임지도록 하고 있지만, 복잡한 원·하청 구조 속에 참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초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도 처벌 완화, 적용 제한, 시행 유예 등으로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정부는 시행령 단계에서 입법 취지를 크게 훼손했던 김용균법의 전례를 거울삼아 중대재해처벌법 내용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시행령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원청에 실질적으로 무거운 책임을 물리는 것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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