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덕 본 손정의.. 소프트뱅크, 작년 日기업 첫 52조원 순익

최인준 기자 2021. 5. 12.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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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뱅크, 작년 1분기 악몽 딛고 2020년 순익 52조원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이하 소뱅그룹)이 지난해 50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기업 가운데 미국 애플(65조원), 사우디 정유회사 사우디아람코(55조원)에 이어 셋째로 높은 실적이다. 삼성전자(26조4078억원)의 2배에 육박한다. 소뱅그룹은 2017년 도요타가 기록한 25조원을 뛰어넘는 일본 기업 사상 최대 연간 순이익 기록도 새로 썼다. 잇따른 투자 실패로 지난해 1분기 역대 최악의 적자를 내며 “손정의의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를 들었던 손 회장이 화려하게 귀환한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디지털화 수요가 폭증하면서 소뱅이 투자했던 전 세계 테크 기업들이 무섭게 성장한 것이 부활의 비결이었다.

◇돌아온 손정의 제국

소뱅그룹은 12일 “2020회계연도(2020년 4월~2021년 3월) 순이익이 4조9879억엔(약 52조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소뱅그룹은 작년 1분기(1~3월) 1조4000억엔(약 14조원)이 넘는 분기 적자를 냈다. 일본 기업 사상 최악의 기록이었다. 2019회계연도 연간 적자도 9615억엔(약 10조원)이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손 회장이 설립해 운용하는 비전펀드의 투자 손실 때문이었다. 사무실 공유 업체 위워크 상장 실패와 우버 등 차량 공유 업체들의 실적 악화에 코로나 충격파까지 겹치면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T모바일(미국)·알리바바(중국) 등 주요 투자 기업 지분을 팔아 100조원의 현금을 확보해 부채를 갚았지만 투자 업계에선 “마사요시 손은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로부터 1년 만에 소뱅그룹을 다시 살려낸 것도 결국 비전펀드였다. 전 세계 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비대면·디지털화라는 트렌드와 맞물려 거대한 이익으로 돌아온 것이다. 비전펀드 투자 기업의 가치가 오르면서 소뱅그룹 투자 수익은 전년도 1조4102억엔(약 14조원) 적자에서 지난해 7조5290억엔(약 78조원) 흑자로 극적 반전했다. 회사 주가도 1년 사이 2배로 뛰었다.

특히 거액을 투자한 테크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상장 대박을 치면서 투자 성과도 높아졌다. 소뱅은 2015년과 2018년에 걸쳐 총 3조원을 투자해 한국 온라인 유통 업체 쿠팡 지분 38%를 확보했다. 지난 3월 쿠팡의 뉴욕 증시 상장 이후 소뱅 그룹의 지분 가치는 약 26조원이 됐다. 7600억원을 투자한 미국 최대 음식 배달 업체 도어대시는 지난해 12월 상장했다. 소뱅의 지분 가치는 투자액의 13배에 달하는 10조원에 이르렀다. 일본 닛케이는 “지난달 중국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 동남아시아 차량 공유 업체 그랩 등 비상장 기업의 평가액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소뱅그룹의 순익 규모가 단숨에 수천억엔 더 불어났다”고 전했다.

◇올해 상장 앞둔 기업만 5개 이상

소뱅그룹의 향후 실적 전망도 밝다.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의 모기업 바이트댄스와 인공지능(AI) 얼굴 인식 업체 센스타임, 트럭 공유 기업 만방 그룹 등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는 굵직한 기업만 5개가 넘는다. 이들 기업은 현재 최소 100억달러(약 11조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소뱅그룹에 따르면 비전펀드 1호는 지난해 말까지 10개 기업으로부터 자금 회수(엑시트)를 마무리했고, 한때 실적 부진 탓에 투자금 모금이 좌절될 뻔했던 비전펀드 2호도 26개 기업에 투자했다.

손 회장은 지난해 투자 실패를 경험한 이후 투자 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투자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망 스타트업과 함께 검증된 상장 대기업에 대한 투자 비중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소뱅그룹은 아마존, 페이스북 등 총 20조원어치의 상장 기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상장사 투자 비율도 10% 전후로 유지할 계획이다. 비상장 기업은 기업 가치가 급락해도 주식 처분 등 대응이 쉽지 않다 보니 우량 상장 기업 투자 비중을 높여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손 회장은 올해 초 통신 자회사인 소프트뱅크 회장직에서 물러나며 향후 투자 업무에만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손 회장은 최근 “비전펀드가 지금까지 131개 기업에 투자해 이 중 15개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마쳤고 앞으로 해마다 20개씩 상장시키고 싶다”며 “비전펀드는 이제 막 수확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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