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늘리기에 집중..포럼 정치의 '그늘'

구혜영 선임기자 2021. 5. 12.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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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식 제기 '순기능'도

[경향신문]

대선주자들의 출정식은 포럼 정치로 시작된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 주자들이 먼저 발을 뗐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민주평화광장 전국포럼, 지지 의원들 모임인 ‘성공과 공정 포럼(성공포럼)’, 해외까지 망라하는 지원 조직 ‘공명포럼’을 통해 기본소득 화두를 경제 전반으로 확장하려 한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미 ‘연대와 공생’ ‘신복지 광주포럼’ ‘가덕신공항-신복지 부산포럼’ 등을 출범하며 복지와 성장을 아우르는 신복지·신경제 구상을 알렸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광화문포럼 공개 행사에서 불평등 문제를 공론화했다.

이번 대선은 과거에 견줘 ‘포럼 정치’ 주목도가 커졌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12일 “여야 공히 비주류 정치인들이 약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강성 지지층이 주류 세력 중심으로 결집한 터라 우호 세력을 확대하려면 포럼이 핵심적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포럼은 대선주자 입장에선 지지층 이외에 다양한 분야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외연 확대 창구이자 집권 비전을 드러내는 공론의 장이다. ‘세’가 약한 주자들은 포럼이 사실상 선거운동 조직을 대신한다. 학자·전문가들은 포럼을 통해 자신의 정책에 공감하는 정치 세력에 콘텐츠와 문제의식을 제공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과거 대선에 참여했던 한 학자는 “국정 비전을 정하는 과정에서 정치 세력, 관료와 삼각 긴장관계를 형성하다 보니 우리가 만든 비전과 목표가 실현되지 않더라도 세부 정책을 수립할 때 큰 폭의 후퇴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럼 정치의 한계도 뚜렷하다. 포럼에 참여했던 학자·전문가들은 “정치 권력이 외부의 개혁 비전을 선택적으로 취해서 이용한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 정책적 의지는 없는 상태에서 세 불리기 효과만 노려 이들의 자산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정권을 잡았다고 해도 이 같은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 사회학자는 “청와대나 부처, 위원회 등에 분야별 정책 브레인들이 유입됐지만 수직적 질서에 편입되다 보니 전문가 집단이 당초 제시한 비전을 정치적으로 실현하는 게 쉽지 않다”는 한계를 꼽았다.

포럼 정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학자들은 공적 지식인이라는 자각을 명확히 해야 하고, 정치권은 세 불리기 수단으로 이들을 활용하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했다.

구혜영 선임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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