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 대런 애쓰모글루·제임스 A 로빈슨 [한정애의 내 인생의 책 ④]
[경향신문]
왜 어떤 나라는 잘살고 어떤 나라는 못사는가? 이집트는 왜 미국보다 가난할까? 저자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담장 하나로 나뉜 노갈레스 지역을 사례로 들며 책을 시작한다. 미국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시 주민의 가계 수입은 3만달러가 넘고, 생명의 위협과 도둑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담장 남쪽의 멕시코 소노라주 노갈레스 주민의 수입은 애리조나주 노갈레스 주민 대비 3분의 1에 불과하고, 범죄율은 높고, 공중보건 환경은 열악하다. 인종과 역사와 문화가 똑같은 두 지역의 극명한 차이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저자의 세계 불평등 이론은 명료하다. 이런 엄청난 격차는 지리와 문화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마야, 로마, 베니스, 오스만제국, 러시아, 중국, 아프리카 등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한다. 지배계층만을 위한 수탈적인 제도가 일시적인 사회 발전은 가져올지 몰라도 궁극적으로 사회 정체와 빈곤을 가져왔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제도가 필요한가?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 정치·경제제도’이다. 누구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신기술에 대한 투자를 장려하는 포용적 경제제도가 필요하다. 이런 경제제도는 포용적 정치제도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포용적 정치·경제제도는 소득이 더 공평하게 분배되고, 힘을 얻는 사회계층이 한층 더 넓어지며, 정치면에서 더 공평한 경쟁의 장을 펼치게 하는 선순환으로 발전한다.
저자는 국가의 실패를 극복할 해법은 착취적 제도를 포용적 제도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한다. 기득권의 내성이 크기 때문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우리 사회가 끊임없이 개혁해 나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꺼운 책이지만 과거 번영한 역사와 오늘날 가난한 현실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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