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장 짓나" 아파트 동간거리 축소 논란..정부 "오해"

유엄식 기자 2021. 5. 12. 20: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홍콩 아파트 단지 전경. 좁은 땅 면적에 고밀개발로 각 건물간 거리가 매우 짧은 편이다. /사진제공=크라우드픽

"국민을 닭장에 넣겠다는 작심을 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가 없는 정책이다"

정부가 이달 초에 입법 예고한 아파트 동(棟) 간 거리 축소 방안과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 온 글이다. 통상 아파트 각 동별 거리는 일조권과 사생활 보호의 기준으로 여겨진 만큼 이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정책을 반대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런 주장이 오해라고 반박한다.
건축법 시행령 반대 국민청원 제기..부동산 카페 등 반대 여론
12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아파트 동간 거리 축소 정책, 즉각 취소되어야 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현재 이 글은 여러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 공유돼 정책 반대 여론 조성에 힘을 실고 있다.

청원인은 "같은 공간에 동간 거리를 줄이면 (주택을) 더 많이 팔 수 있으니 가장 좋아할 곳은 이윤을 높일 수 있는 건설업계이며 그 희생양은 국민"이라며 "도저히 믿기 어려운 수준의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부동산 카페에선 "기존 동간 거리가 넓은 단지, 고급화된 단지가 반사이익을 받을 것", "당장 발등의 불을 끄겠다고 주거환경을 악화시키는 조치"라는 부정적 반응이 많다.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아파트 단지에서 낮은 건물이 높은 건물의 전면(동·남·서 방향)으로 설계된 경우 동간 거리를 '낮은 건물의 0.5배 이상'으로 규정했다.

건축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아파트 동간 거리 기준 변경 예시. /자료=국토교통부

그동안 아파트 동간 거리는 낮은 건물 높이의 0.5배 또는 후면 높은 건물 높이의 0.4배 중 큰 거리로 정해졌다. 예컨데 전면 낮은 건물 높이가 30m, 후면 높은 건물 높이가 80m라면 현행 기준은 상대적으로 동간 간격이 큰 32m(높은 건물 높이의 0.4배)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법이 바뀌면 두 건물 거리를 15m(낮은 건물 높이의 0.5배)까지 좁힐 수 있다.

다만 낮은 건물 높이가 더 낮아도 사생활 보호와 화재확산 방지를 위해 최소 10m 이상의 간격은 유지토록 했다.
국토부 "특별건축구역 층고 차별화 사례 반영..고밀개발 염두한 정책 아냐"
정부는 다양한 건물 외관 디자인 구현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동간거리 규정을 유지하면 아파트 내 모든 건물의 높이가 엇비슷하거나 똑같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단지 후면에 조망이 좋은 지역은 건물을 계단식으로 짓고, 도로변에는 너무 높지 않은 건물을 배치하는 등 도시설계에 긍정적 효과가 많기 때문에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동간 거리 축소가 도심 소규모 부지에 용적률 600~700%대 고밀개발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이란 의혹도 제기된다. 하지만 국토부 관계자는 "고밀개발을 염두한 정책이 아니"라며 "그동안 서울, 세종 등에서 이런 설계를 적용한 특별건축구역이 적지 않다"고 반박했다.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단지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국토부에 따르면 건물 동간 거리 등 건축법 규제를 완화해서 단지 내 다양한 층고를 구현한 특별건축구역 단지는 지난해 말 기준 서울 23곳, 세종 22곳, 경기 7곳, 부산 3곳 등 총 55개 사업장에 달한다.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재건축,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등 국내 최대규모 정비사업장을 비롯해 경기 화성 동탄2지구, 세종 2-2, 3-2 생활권, 부산 초량2구역 재개발 등 주요 사업지가 대거 포함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처럼 필요한 지역만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하면 되지 않냐는 질문엔 "지금처럼 개별 단지로 특별건축구역 심의를 진행하면 시간이 오래 소요된다"며 "각 특별건축구역 사업장에 적용한 설계 중 일반화시켜도 문제가 없는 선에서 기준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책 취지는 좋지만, 현 제도 하에선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동간 거리 규정이 아파트 층고 설계를 천편일률적으로 만든 점도 있어 다양성 확보 측면에선 긍정적이고 기술 발달로 일조권 방해, 사생활 침해도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라며 "다만 이런 긍정적 효과는 충분한 건축비가 확보된 사업장에서 기대할 수 있는데, 지금처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상황에선 만족할 결과물이 나올지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관련기사]☞ "새벽 2시30분, 정민씨 누워 있고 친구는 옆에 서서…""동료교수 성폭행에…'친하려 한 것' 학교는 덮으려 한다""손가락으로 사람 죽이는 맘카페, 처벌해달라"…靑 국민청원"주변 정리 슬슬하세요"…'암투병' 권순욱에 대못 박은 의사의 말"스벅 프리퀀시 7만원에 팔아요" 원가보다 비싼 중고거래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