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기소된 서울중앙지검장, 엄중히 직무배제해야 한다
[경향신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12일 기소됐다. 현직 서울중앙지검장이 형사 피고인 신분이 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유죄 판결 확정 전까지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은 이 지검장에게도 똑같이 적용돼 이 지검장의 직책 유지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수사·재판의 공정성과 독립성, 검찰에 대한 신뢰 등을 고려하면 이 지검장은 당장 보직에서 물러나야 옳다.
이 지검장을 재판에 넘긴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검사 직무대리 신분을 겸하고 있다. 이 지검장 지휘라인에 있는 셈이다. 본인이 피고인인 사건의 수사와 공판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더욱이 이 지검장은 무죄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검사 250명이 배치돼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권력형 비리와 정치인·재벌 수사 등을 담당하는 검찰의 핵심 기관이다. 범죄를 수사하고 타인을 단죄하는 검찰청 고위 인사가 범죄 혐의가 있다면 그 검찰청의 수사와 기소를 누가 신뢰하고 수용할 수 있겠는가. 부하 검사들에게도 영이 서기 어렵다. 이 지검장은 사건의 시시비비는 법정에서 가리되, 직무는 놓는 것이 온당하다.
이 지검장이 연루된 사건은 양면성이 있다. 이 사건 본류인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 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검찰이 김 전 차관의 도피성 출국을 막은 법무부 관계자 등을 처벌하겠다고 나선 것은 분명히 정의롭지 못하다. 그러나 범죄자 출국금지는 합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검찰 고위 간부가 수사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면 그 책임도 물어야 한다. 시민·전문가들이 참여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도 이런 이유로 이 지검장을 기소해야 한다고 결론냈다.
이 지검장은 이날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지검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자리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여당에서도 이 지검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본인이 수사심의를 요청했고 기소로 권고가 나왔기 때문에 이 지검장 결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 스스로 거취를 정리하는 것이 순리지만, 보직에 머물 경우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이 지검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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