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K-반도체'

박정일 2021. 5. 12.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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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반도체 투자 압박 속
TSMC는 공장 추가 '눈도장'
총수공백 삼성 투자확정 못해
SK 최태원 등 한미회담 동행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한·미 정상회담과 미국 상무부의 반도체 실무회의를 일주일 남짓 앞두고 삼성전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미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은 TSMC를 따라가자니 '치킨게임'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지금처럼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할 경우 취임하자마자 반도체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소위 '찍힐' 수 있어서다.

업계는 물론 외신들도 삼성전자가 주저하는 사이에 TSMC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 정부가 반도체를 '인프라'로 규정한 미국처럼 더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미국 내 170억 달러(약 20조원) 규모의 반도체 신규라인 투자를 검토한 지 세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진전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여전히 오스틴시를 비롯해 복수의 주정부와 세금 감면 등 조건을 논의 중"이라며 "시장 수요 등도 계속 확인 중이기 때문에 아직 몇나노 공정이 들어갈 지 등도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사이에 TSMC는 이미 미국에서 퀄컴과 AMD 등으로부터 상당량의 파운드리 물량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TSMC는 당초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반도체 공장 1개를 짓기로 했었지만, 이달 초 계획을 변경해 향후 3년 간 추가로 5개 공장을 더 건설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는 앞서 지난달에는 3년 간 1000억 달러(약 112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업계에서는 TSMC가 퀄컴과 AMD 등 미국 내 주요 반도체 설계 업체(팹리스)들의 주문 물량을 사실상 거의 싹쓸이 했기 때문에 이 같은 공격적인 증설 계획을 내놓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파운드리는 수주 사업의 특성 상 위탁생산 물량을 어느 정도 확보하지 않으면 신규 라인을 증설하기가 어렵다"며 "라인이 쉬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해 투자하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현 시점에서 TSMC와의 수주경쟁에서 이미 밀렸거나, 마찬가지로 대규모 투자로 맞대응해도 승산이 높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와중에 삼성전자는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의 화상 반도체 실무회의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마침 그 다음날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한·미 대면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편 최태원 SK그룹회장을 비롯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등이 오는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집중 육성하려는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과 관련, 미국측과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미국 현지 반도체 분야 투자계획 등을 이번 방미 과정에서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달 미국 정부의 반도체 대책회의에도 참석한 적이 있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이 잠깐 참석해 자국 내 반도체 투자에 적극 참여해 줄 것을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삼성전자가 다음 열리는 반도체 대책회의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투자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상전문가는 "중국 시장도 고려해야 하는 우리 정부의 상황 상 미국에 최대한 협력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대신 투자는 민간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을 가능성이 높다"이라며 "총수도 없는 삼성전자의 상황에서는 엄청난 압박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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