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의 포로 로마노] '권토중래' 키예르, '밀란의 수비 리더'가 된 남자

이형주 기자 입력 2021. 5. 12. 19:47 수정 2021. 5. 15.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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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 밀란 센터백 시몬 키예르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축구계 포로 로마노가 이곳에 있다. 

고대 로마 제국의 수도 로마에는 포로 로마노가 존재했다. 로마인의 광장이라는 뜻을 가진 포로 로마노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시설들이 밀집된 장소였다. 당시 사람들은 포로 로마노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 포로 로마노처럼 STN 스포츠가 세리에A 관련 담론을 전하는 연재물을 준비했다.

포로 로마노 유적지

-[이형주의 포로 로마노], 81번째 이야기: '권토중래' 키예르, '밀란의 수비 리더'가 된 남자

'귄토중래' 시몬 키예르(32)를 설명하는데 있어 가장 적합한 말이다. 

AC 밀란은 10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토리노에 위치한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 35라운드 유벤투스 FC와의 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밀란은 리그 2연승에 성공했고 유벤투스는 리그 2연승에 실패했다. 

이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행이 달린 중요한 경기서 너무도 다른 길을 걸어온 두 남자가 맞붙었다. 한 남자의 이름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데뷔 이후부터 주목받아 숱한 대회를 평정했고, 세리에 A에서도 맹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였다. 

다른 한 선수의 이름은 시몬 키예르. 호날두처럼 일찍부터 주목받았지만 실패도 적지 않았던 선수. 하지만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정상으로 복귀한 의지의 사나이였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이날만큼은 키예르의 압승으로 끝났다. 키예르가 오른쪽 센터백, 호날두가 왼쪽 공격수로 직접적으로 맞붙는 두 선수였다. 하지만 같은 날 축구 통계 사이트 <옵타>에 따르면 호날두는 전반전에 박스 안 터치를 하나도 하지 못할 정도로 부진했다. 후반에는 박스 터치를 했지만 흐름은 전반과 다르지 않았다. 키예르가 경기 내내 상대 주포 호날두를 철저히 봉쇄했고 결국 밀란의 3-0 승리가 만들어졌다. 

호날두는 올 시즌 리그 27득점으로 세리에 A 득점왕을 사실상 맡아놓은 득점 기계. 그런 호날두의 밀란전 불명예 기록을 볼 때는 그를 깎아내리는 쪽으로 보기보다 키예르를 치켜세우는 쪽으로 봐야한다.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는 호날두를 키예르가 막아낸 것이다. 실패와 친했던 키예르가 성공과만 교류했던 호날두를 제어한 것이다.

앞서 언급된대로 키예르는 최고 수준의 유망주였다. FC 미트윌란과 US 팔레르모서 뛸 때에는 전 유럽이 주목하는 유망주였다. 하지만 VfL 볼프스부르크, AS 로마 등에서 연이은 실패를 겪었다. 키예르는 그러나 포기 않고 계속 노력했고 선수 생활 황혼기에 가까운 시기에 합류한 밀란에서 빛을 보고 있다. 

올 시즌 키예르는 밀란 수비의 핵 그 자체다. 알레시오 로마뇰리의 폼 저하와 마테오 가비아, 피에르 칼루루 등의 미진한 성장 속에서 그야말로 밀란의 수비를 지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밀란의 전반기 세리에 A 1위 질주를 만든 최고 공신 중 한 명이었다.

밀란은 축구계 최고 엘리트 수비수들을 배출한 수비 명가. 프랑코 바레시, 파울로 말디니, 알레산드로 네스타 등의 계보를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아한 엘리트들을 배출한 사관학교 같은 밀란에서, 역경을 겪으며 현장에서 굴렀던 이가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2020년 1월 합류 이래 계속 밀란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지만 특히 올 시즌에 완숙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191cm, 82kg의 건장한 체격인 그는 큰 키를 이용해 공중볼을 처리한다. 또 수비라인을 진두지휘하며 상대 공격수들을 오프사이드 함정에 빠뜨린다. 대인 방어도 올 시즌 최고 수준이며, 이번 겨울 합류한 피카요 토모리를 비롯 어린 선수들의 귀감이 돼주기까지 하고 있다.

밀란은 유벤투스전 귀중한 승리로 UCL행의 귀중한 고지를 점했지만, 아직 이를 확정짓지 못한 상태. 남은 3경기 중 한 경기라도 미끄러지면 위태로울 수 있어 계속 전진해야 한다. 당연히 밀란은 키예르에 기댈 전망이다. 

실패 이후 흙먼지를 일으키며 다시 돌아오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키예르는 포기 없이 노력하며 이를 만들어냈다. 엘리트들을 배출해온 유럽 최고의 수비 명가 밀란의 현 수비 리더는, 흙먼지를 뒤집어 쓴 베테랑 키예르다. 

사진=뉴시스/AP, 이형주 기자(이탈리아 로마/포로 로마노)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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