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도 없는데 기간제만 뽑고, '종이 설문'하라는 교육당국

서진석 기자 2021. 5. 1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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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저녁뉴스]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교육 당국이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작 학교 현장에선 가욋일만 늘고, 혼란만 커진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서진석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A씨.

원격수업이 장기화하면서 학교 수업을 하는 일만으로도 벅차, 생활지도는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모니터 너머로 학생들끼리 욕설을 하는 일은 다반사고, 심지어 면전에서 교사에게 욕설을 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합니다.

인터뷰: 경기 초등교사

"원래도 원격수업 때 가운뎃손가락 욕을 하는 걸 봤는데 등교 수업일에 이름을 불렀는데 갑자기 뒤돌아서 가운뎃손가락 욕을 정확히 저한테 하고 갔어요."

생활지도와 기초학력 문제를 이유로 교육부는 올해 초, 교사의 업무 돕는 기간제 교사를 전국에 약 2천 명을 선발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오히려 혼란만 커졌단 반응입니다.

부족한 교실 수는 그대로인데 인력만 늘다보니 오히려 교실 밀집도만 높아졌다는 겁니다.

기간제 교사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력만 추가 되다보니 기초학력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응답이 60%를 넘겼습니다.

인터뷰: 홍정윤 사무총장 / 경기교사노조

"기초학력 협력교사의 역할이 모호하여 업무에 대한 갈등이 많이 발생하고 있고요. 교육청에서 희망 학교를 신청해서 받은 게 아니라 무조건 배치를 요구해서, 오히려 학급 내 밀집도가 높아졌다…"

교육부가 최근 학교 현장에 원격수업 운영 실태를 확인하라며 내려보낸 공문도 '논란'입니다.

10페이지에 달하는 설문인데, 교사가 일일이 손으로 결과를 취합해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뷰: 정소영 대변인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학교 현장에서 이게 어떻게 진행이 될지 생각하고, 교사의 입장에서 행정 업무를 증폭시키는 일이 아닌지 다시 한 번 고려해서 시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기도에 배치된 기간제 교사 가운데 절반 이상은 학교의 수요도 조사하지 않은 채 배치된 상황.

하향식 의사 결정으로 학교의 혼란만 부추길 게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BS뉴스 서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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