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맥·타코·휘발유까지 다 올라..자산시장도 요동칠 듯

뉴욕=김영필 특파원 2021. 5. 12.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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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소비자물가 4.2% 치솟아..'인플레 공포' 현실화
급여 올린 맥도날드·치폴레 등
"음식가격 비싸질 것" 인상 예고
휘발유값 치솟아 7년만에 최고
연준 "일시적" 시장 달랬지만
CPI 급등에 돈풀기 축소 압박 커져
미국 최대 송유관 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킹 공격으로 운영이 중단되자 소비자들이 휘발유 사재기에 나서면서 11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주유소 주유기에 '기름이 다 떨어졌다'는 표시가 붙어있다. /AP연합뉴스
[서울경제]

반도체 수급 같은 공급망 문제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촉발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논쟁이 임금 인상 우려로까지 확산한 가운데 각종 식당과 휘발유 등 생활 밀접 분야의 물가가 전방위로 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며 방어에 나섰지만 지금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2일(현지 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같은 달 대비 무려 4.2% 상승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인 3.6%를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13년 만에 가장 높은 월별 상승률이기도 하다. 미국 경제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떠오르면서 시장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발표가 아니더라도 실제 미국 사회 곳곳에서 생활물가 오름세를 체감할 수 있다.

전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지난 9일 맥도날드 가맹점협회는 회원들에게 코로나19 이후 1주에 300달러(약 33만 7,000원)씩 더 얹어주는 추가 실업수당 때문에 구인난이 심해지고 있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

협회 측은 “(직원을 뽑기 위해) 급여와 복리후생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며 “가격 인상은 모든 곳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우리도 그렇게 할 것이다. ‘빅맥’ 가격이 비싸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설명

빅맥은 맥도날드의 대표적인 햄버거 메뉴다. 미국 역시 식당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급여가 오를 경우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앞서 멕시코 음식점인 치폴레는 오는 6월까지 직원들의 평균 급여를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기로 하면서 음식 값이 다소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전역에 매장을 가진 구라스시와 치즈케이크팩토리·텍사스로드하우스도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가격을 올린 바 있다.

올 들어서는 쇠고기와 신선채소 같은 장바구니 물가도 크게 오르는 상황이다. 스테파니 링크 하이타워 최고투자전략가는 “이제 일반 투자자들도 (인플레이션을) 생각하고 있고 목격하며 직접 경험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4월 고용 보고서를 보면 앞으로 급여가 오르고 노동비용이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월가에서는 임금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이들이 더 늘고 있다. 이날 나온 미 노동부의 3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를 보면 3월 채용공고는 812만 건으로 전달보다 59만 7,000건(8%)이나 급증했다. 이는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반면 3월 채용은 600만 명으로 공고 건수보다 200만 명 이상 적었다. 이 수치도 역대 최대다. 그만큼 공급이 부족하다. 미셸 메이어 뱅크오브아메리카(BoA)증권 미국경제 헤드는 “4월 고용 보고서에서 명확히 알 수 있는 것은 실제로 임금 인플레이션 압력이 있다는 점”이라며 “인력 공급 부족은 최소한 일시적으로라도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휘발유 값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 최대 송유관 운영 업체가 랜섬웨어 공격으로 가동을 중단하자 휘발유 값이 상승한 것이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 전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985달러로 2014년 11월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조지아와 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 같은 남부 지역에서는 휘발유 사재기로 일부 주유소의 기름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연준은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전날 매파인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임금 인플레이션 우려를 에둘러 언급했지만 이날은 주요 인사들이 한목소리로 높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다. 내년이 되면 기저 효과가 사라질 것이고 공급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는 논리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볼 만한 이유가 있다”며 “물가가 지속적으로 올라 인플레이션 역학 구도를 바꿀 것 같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얘기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터널의 끝이 보이지만 우리는 아직 그곳에 도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최근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008년 런던정경대(LSE)를 방문한 자리에서 “왜 아무도 신용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는가”라고 한탄했다는 말을 인용하며 연준과 최고 이코노미스트들의 인플레이션 관련 예측이 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전설인 스탠리 드러컨밀러도 이날 “소비가 과거의 증가 추세 이상으로 회복됐는데도 통화·재정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며 “연준의 정책은 완전히 부적절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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