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PE, 테일러메이드 패션 성장성에 베팅

진영태,강우석 2021. 5. 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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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PE의 글로벌 골프회사 인수戰 막전막후
센트로이드, 작년부터 인수검토
새마을금고·유안타증권 붙잡고
중소형 사모펀드 약점 극복해
김앤장·모건스탠리 측면지원도
테일러메이드 패션비중 2%불과
브랜드파워 감안땐 큰성장 기대

◆ 레이더 M ◆

말 그대로 '이변'이었다. 글로벌 3대 골프용품 업체인 테일러메이드가 17억달러(약 1조9000억원) 규모에 국내 자본의 품에 안겼다. 유수의 대기업도, 조(兆) 단위 거래를 쉼 없이 성사시킨 초대형 사모펀드(PEF)도 아니다. 4000억원 안팎을 운용하며 중견급으로 분류되고 있는 토종 PEF가 성사시킨 딜이다. 이번 거래가 골프업계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에서 회자되고 있는 이유다.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이하 센트로이드PE)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테일러메이드 인수를 검토해왔다. 여러 골프장의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면서 해당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데 주목했다. 그즈음부터 테일러메이드 관계자와 실무진을 만나 인수 가능성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센트로이드PE의 행보에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힘을 실어줬다. 특히 MG새마을금고중앙회는 거래 초기부터 물심양면 지원 의사를 내비쳤다. 센트로이드PE에 새마을금고는 천군만마와 같은 존재였다. 새마을금고에 힘입어 대기업 파트너 없이도 인수를 제안할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골프 시장 성장세가 이어져 관련된 투자처를 계속 검토해온 것으로 안다"며 "국내 기관투자자 사이에서도 '이 정도 규모 딜이면 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기면서 인수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매각 측인 미국계 KPS캐피털파트너스는 올 상반기부터 테일러메이드 매각을 공개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 본입찰은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진행됐다.

센트로이드PE는 입찰 이틀 전 국내 증권사로부터 출자확약서(LOC)를 받았다. 국내 대형 증권사들이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한 탓에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유안타증권이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를 마련해줬다. 후순위 지분(에퀴티) 출자자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센트로이드PE의 자금 조달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대기업 없이도 펀딩이 가능해지자 승기는 센트로이드PE로 기울기 시작했다. 미국, 중국 등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뛰어들었지만 일찌감치 검토해온 센트로이드PE를 이길 순 없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센트로이드PE가 외국계 증권사에 인수 자문을 도와달라고 의뢰했지만 호의적으로 응한 곳은 없었다"며 "유안타증권이 후순위 지분을 총액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센트로이드PE 우선협상자 선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센트로이드PE가 새 주인으로 낙점된 결정적인 배경에는 '분명한 청사진'이 있다. 패션사업 부문을 키워 한 단계 높은 성장을 거둘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현재 테일러메이드 전체 매출 중 패션의류 부문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경쟁사인 타이틀리스트(26%), 캘러웨이(22%)에 비해 턱없이 낮은 비중이다.

국내 패션업체나 유통 대기업과 연합한다면 기능성 골프의류 제조·유통 사업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 테일러메이드 의류 부문 매출은 원화 기준으로 200억원 남짓"이라며 "타이틀리스트 해당 사업부 매출이 5000억원인 걸 고려하면, 테일러메이드 브랜드 파워만으로 매출을 상당 부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의 조력자로 박병권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꼽는다. 박 변호사는 센트로이드PE 초창기부터 법률 자문을 아낌없이 제공해왔다. 매각 측 자문사 모건스탠리의 조상욱 대표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며 거래 종결을 직접 도운 것으로 전해진다.

[진영태 기자 /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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