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위인전' 이어 '정상외교 화보'서 문 대통령 쏙 뺐다

강유빈 2021. 5. 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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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쏙 뺀 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화보를 발간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 위원장을 부각해 자국 위상을 높이는 한편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김 위원장이 2018년 3월~2019년 6월 해외 정상과 만나거나 공식 회담하는 사진을 모은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를 12일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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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러 강대국 정상과의 만남만 부각
김정은 위상 높이고 한국에 불만 표시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12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에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장면이 실린 모습. 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연합뉴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쏙 뺀 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화보를 발간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정상과 어깨를 나란히 한 김 위원장을 부각해 자국 위상을 높이는 한편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외국문출판사는 김 위원장이 2018년 3월~2019년 6월 해외 정상과 만나거나 공식 회담하는 사진을 모은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를 12일 공개했다. 295쪽짜리 사진집의 서문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는 최근 대담한 노선 전환과 공격적인 전략으로 국제사회가 공감하는 평화의 기류를 조성하고, 대화 분위기를 마련했으며 조선(북한)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기 위해 영활한 대외활동을 진행했다"며 그간의 성과를 치켜세웠다.

발행 일자가 '2021년 5월'이지만 2018,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을 대대적으로 다뤘다. 일련의 북미 정상회담을 "초대국을 상대로 자주적 이익과 평화, 정의를 수호하는 조선의 전략적 지위를 만천하에 시위한 세계 정치사의 특대 사변"으로 평가했다. 특히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두 정상의 첫 악수 장면부터 실제 회담, 공동성명 서명식은 물론 현지 신문과 기념주화·우표 사진까지 실었다. 결렬로 끝난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도 '역사적인 2차 조미수뇌상봉과 회담'으로 칭하면서 비중 있게 다뤘다.

북한 외국문출판사가 12일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 장면을 모은 화보 '대외관계 발전의 새 시대를 펼치시어'.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을 소개하면서 싱가포르 신문 스트레이츠타임스 지면을 함께 실었다. 외국문출판사 화보 캡처 연합뉴스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재회한 사진도 10장이나 실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사상 처음 군사분계선을 넘는 역사적 순간"이라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당시 만남을 주선하고 함께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018년 4월과 5월, 9월 세 차례 개최된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한 사진도 포함되지 않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위원장에게 별다른 성과를 안겨주지 못한 남북관계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30일 발간된 621쪽짜리 김정은 위인전 '위인과 강국시대'에서도 문 대통령이 일절 언급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 외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과 김 위원장의 방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장면들이 책에 담겼다. 시 주석이나 푸틴 대통령과 함께 촬영한 사진에는 '조중(조로) 친선관계', '형제적 우정', '동지적 신뢰'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전통적 우방 간 신뢰를 강조했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 이후 북미협상 결렬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여파로 김 위원장의 대외 활동은 전면 중단됐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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