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연인이다! [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 좋은 상상]

이연숙(한우리지역아동센터 시설장) 입력 2021. 5. 12.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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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넓은 자연의 품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한우리지역아동센터 아이들.


2020년… 갑자기 시작된 코로나19로 생활의 리듬이 깨지며 불규칙한 날이 많아졌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습관적으로 찾는 마스크는 우리 일상생활의 필수품이 돼 버렸다. “선생님, 안녕하세요~”라며 웃음 띤 얼굴로 달려오던 아이들 얼굴을 본 지 너무 오래됐다. 이제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주먹으로 인사를 하고, 가깝게 지내던 친구들과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교실로 이동하며 아쉬운 이별을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 코로나19 시기 지역아동센터의 공간은 더욱더 좁게만 느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넓지 않은 공간에서 서로의 거리를 지키려 노력하는 아이들에게 “마스크 써야 해~ 친구들과 사회적 거리 두기 지키자~ 어쩔 수 없어”라며,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그리워만 했다.

꽃보다 예쁜 한우리지역아동센터 아이들.


하지만 더 이상 예전의 삶을 그리워하며 센터에서만 지낼 수는 없었다. 언론보도에서 나오는 코로나19 확진자 수에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비좁은 교실에서 있기보다는 ‘숲 속의 자연인이 돼 보자!’라고 다짐하며 밖으로 나갔다.

작년 가을 도심의 팍팍한 생활을 벗어나 20분 거리의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숲 속 농장으로 향했다. 운동장만큼 넓은 숲 농장에 가서 걱정을 뒤로한 채 신나게 뛰어놀았다.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식물들을 키워 보면 어떨까?”

아이들과 고구마·땅콩·옥수수 등 다양한 채소들을 직접 심고 수확해 가마솥 장작불에 쪄 먹기도 했다. 가을에 풍성한 국화꽃을 보며 꽃차도 만들고, 국화 피자도 만들었다. “선생님~ 이것 보세요~” 꽃처럼 환하게 웃으며 들뜬 아이들의 목소리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여기를 보세요~ 찰칵!


아이들의 즐거움을 찾아주려다 오히려 함께한 선생님들이 옛추억에 잠겨 행복해했다. 아이들과 작은 화단에 국화를 심고 사랑과 관심의 영양분을 듬뿍 채워 주며 아름드리 국화 꽃송이를 만들어 냈을 때 토끼 같은 눈망울로 신기해하던 김하늘(가명) 선생님의 표정. 그 맑고 영롱한 눈빛과 함께 번져 나온 미소는 가히 1000만 불짜리가 아닌가 싶다.

2020년 아이들 눈동자에는 숲에서 보았던 다채로운 풍경들이 가득 담겼고, 함께했던 모든 순간과 활짝 핀 국화·메리골드 꽃을 바라보며 ‘꺄르르’ 하던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머릿속에서는 ‘다음 숲 속 농장 방문 때 아이들의 추억에 그려질 수채화는 또 어떤 풍경일까?’라는 기대로 가득 찼다.

우리 센터 아이들은 코로나19 속 행동의 제한과 온라인 수업 등으로 실내에서 오래 머물다 보니 우울함도 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숲 속 농장 덕분이다. 숲 속 농장에서 자연인이 돼 풀 한 포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자연을 충분히 만끽하고 자연과 하나가 돼 보았던 자유로움이, 우리가 코로나19를 극복하게 해준 원동력이 돼 준 것 아닌가 싶어 흐뭇하다.

이연숙(한우리지역아동센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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