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 추상화 거장 서세옥 유작 '통큰 사회환원'

전지현 2021. 5. 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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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작과 추사 작품 등 3290점
60년간 살았던 성북구에 기증
국립현대미술관에 유작 22점
대구미술관에도 90점 맡겨
생전에 성북구 문화예술 기여
성북구 "서세옥 미술관 건립"
유족이 기증한 서세옥 1978년작 `행인`(왼쪽)과 근원 김용준 `추강(秋江)`. [사진 제공 = 성북구청]
지난해 11월 타계한 수묵 추상화 선구자인 서세옥 전 서울대 교수(1929~2020·사진)는 생전에 따뜻한 시각으로 사람 형상을 즐겨 그리고 나눔 실천에 앞장섰다. 고인의 부인이자 한옥 연구가 정민자 씨, 장남인 세계적 설치미술가 서도호 씨, 차남인 건축가 서을호 씨 등 유족들이 그가 남긴 유작과 수집 미술품 등 총 3402점을 모두 사회에 환원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작품과 소장품 3290점을 서울 성북구에, 유작 90점을 대구미술관에, 유작 22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성북구는 고인이 60여 년간 거주하면서 애착을 가진 곳이며, 대구는 고인의 고향이다. 2014년 생전에 고인은 시대별 대표작 100점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에 맞춰 기증하기도 했다.

서울 성북구는 12일 유족들과 '고 서세옥 작품 및 컬렉션 기증을 위한 협약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협약 내용은 서세옥 작품 및 컬렉션 3290점 무상 기증과 더불어 서세옥 작가의 가치를 기리기 위한 미술관 건립 추진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이번 성북구 기증품 3290점은 서세옥 작가 작품뿐만 아니라 그가 평생 수집한 컬렉션이 포함돼 있다. 우선 작가의 주요 구상화와 추상화 450점을 포함해 드로잉, 전각, 시고(詩稿·시 원고) 등 모든 작업 세계를 망라한 2300여 점이 눈에 띈다. 성북구는 "한 작가의 작품 세계 전모를 파악할 수 있는 포괄적인 기증 사례는 전무후무하다"고 설명했다. 서세옥 작가가 평생 수집한 겸재 정선, 추사 김정희, 소정 변관식, 소전 손재형, 근원 김용준 등 한국 미술의 맥을 잇는 작품 990여 점도 성북구 품에 안긴다. 성북구는 "고인의 작품 가격이 크기에 따라 1000만~2억원인 것을 감안하고 명품 소장품이 많아서 전체 기증품 시가는 수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인은 60년간 성북 지역에 거주하면서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공헌했다. 1978년 그가 주축이 되어 시작한 '성북장학회'는 성북구 미술인들이 작품을 판매한 기금을 지역 장학금으로 조성한 모임으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고인은 2009년 개관한 자치구 최초 등록미술관인 성북구립미술관 건립을 추진했으며 명예관장으로 많은 역할을 해왔다. 성북구립미술관은 이번에 기증되는 모든 작품을 소장해 관리하며 오는 10월 고인의 1주기 추모전에서 '서세옥 컬렉션'을 펼칠 예정이다.

성북구는 협약식 이후 서세옥 미술관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미술관은 서세옥 작품세계를 감상하고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메카로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미술관 건립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는 향후 추진될 계획이며 지역 기반 작가미술관의 선례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고인은 1929년 독립운동과 의병가족 지원을 위한 자금줄 역할을 한 항일지사이자 한학자 서장환(1890~1970)의 아들로 태어났다. 1946년 설립된 서울대 미대 제1회 학생으로 입학했으며 1950년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과거 문인화를 답습하지 않고 파격적인 수묵 추상으로 독창적이고 현대적인 화풍을 개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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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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