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은 마음으로 보는 예술..안 보이는 눈에 방해 안받아
시력잃어 앞 못보는 학생들과
1996년부터 예술 협업
'코끼리 만지기' 프로젝트 등
무한한 예술적 잠재력 확인
미대 진학·전문작가 나와
#2 '모서리가 둥그런 빨간색 직사각형에 오른쪽을 향해 돌려진 하얀색 삼각형이 그려져 있다.'(유튜브)
1996년 엄 작가는 재단 '우리들의 눈'을 설립했다. 미술은 시각을 전제 삼는다는 편견에 대한 의문 때문이었다. 독일 뮌헨대를 졸업하고 건국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던 그는 편견 없이 전국 맹학교 12곳을 차례차례 다가갔다. "처음엔 순수한 예술적 동기였어요. 보지 않고도 미술을 할 순 없을까란 질문에 답하다 보니 그게 평생 과업이 됐습니다."
그렇게 만난 학생들의 창의성은 엄 작가의 예술적 동인이자 귀착점이었다. '시각장애인이 보는 세상은 암흑'이란 인식부터가 편견이었다. 시각장애는 스펙트럼이 넓다. 왜곡된 형상만 보기도 하고, 50㎝ 안에서는 색을 골라내기도 한단다. "앞 못 보는 장애학생과 눈(目)을 근거 삼는 시각예술가 간 컬래버레이션이죠. 비시각장애인도 근시, 원시, 사시가 있잖아요. 시력을 넘어서는 예술을 지향했습니다."
"저 치앙마이 공원은 실명(失明)하거나 다친 코끼리를 치료하는 병원이에요. 학생들은 이내 동물에게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정상성과 비정상성을 어떻게 이해하느냐의 문제와 연결되는 거죠."
"많은 사람이 세상을 시각 중심으로 살아가지만 모든 예술은 또 결핍에서 시작됩니다. 보지 못한다고 미술을 할 수 없다는 편견도 사회가 세운 또 하나의 벽은 아닐까요."
"찬별이는 사춘기 지나는 모습까지 다 봤는데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죠(웃음). 예술가는 전형적인 형태에서 애써 벗어나려는 사람들이잖아요. 미술을 꿈꾸는 시각장애 학생들은 그런 점에서 이미 자질이 있어요."
엄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두고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이란 표현을 자주 썼다. 무관심했던 일을 해내는 것의 의미는 뭘까. "전 '돕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아이들과 협업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들의 눈'이 소개하는 학생들 작품을 자주 찾아주세요. 그게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일 거예요."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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