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청년TF 또한 지나가리라

한겨레 2021. 5. 1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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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

[숨&결] 김선기ㅣ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

최근 청와대에서 청년 티에프(TF)를 설치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더불어민주당 초선 모임인 ‘더민초’에서도 청년 티에프를 출범시킬 예정이며, 원내 청년특별위원회 설치도 요구하겠다는 발표가 뒤를 이었다. ‘세대주의’(generationalism)라는 개념이 있다. 정치가, 저널리스트, 대중적 지식인들이 사회문제를 세대의 개념으로 설명하려 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4·7 재보선에서 여당은 모든 연령층에서 지지자 이탈을 겪으며 패배했다. 선거 패배가 청년 세대의 민심 이반 때문이라는 분석은 잘못됐다. 마찬가지로 선거 후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청년 티에프가 긴급하게 설치되는 일 역시 어딘가 핀트가 어긋나 있다.

청년의 삶을 전담하는 기구와 조직은, 사실 재보선 이전에도 이미 청와대와 여당 내에 설치되어 있었다. 청와대는 2019년 6월 시민사회수석실 산하에 청년소통정책관을 신설했고 2020년에는 이를 청년비서관으로 승격했다. 정부 조직으로는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추진단이 역시 2019년 신설되었고, 지난해 청년기본법 시행과 함께 청년정책조정위원회가 출범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019년 청년미래연석회의를 시작해 현재 2기를 운영 중이다. 청년을 겨냥한 이 모든 구조는 2018년 말 20대 남성의 지지율 이탈로 인한 충격이 직간접적인 계기가 되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4·7 재보선 이후의 ‘청년’ 행보와 완전히 빼닮았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서는 사실 청년과 관련한 특별 조직들을 다수 운영했으며, 청년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기본법도 통과시켰다. 역대 어느 정권과 비교하더라도 양적·질적으로 가장 폭넓은 청년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사화는 되지 않았지만, 재보선 이후 한 기자로부터 관련한 질문을 받았다. 이러한 청년정책 행보는 왜 여당 지지율로 이어지지 않느냐는 게 요지였다. 간단하게 답했다. 대표적인 청년정책인 국민취업지원제도(혹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청년수당)는 청년에게 6개월간 300만원의 취업준비수당을 지원하는데, 아파트 가격은 하룻밤 사이에도 수천만원씩 올라가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청년 문제의 핵심이 부동산이라 주장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청년정책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근시안적으로 상상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대통령이 “청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한다. 청년에게 필요한 정책 전반을 발굴하고 청년 관련 행사를 마련하는 것이 티에프의 취지라 한다. 그러나 ‘청년정책’이라는 단어를 만 19살에서 34살의 청년에게 혜택을 주거나 복지를 제공하는 것으로만 좁게 상상한다면, 새로 만든다는 청년 티에프 역시 청년의 민심을 잡거나 청년의 삶을 안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기 어렵다.

오늘날 청년의 삶이 어렵다면, 그것은 청년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 여러 영역의 구조적 제약 탓이다. 사회구조 전반을 손대지 않고서 청년을 대상으로 한 각종 혜택을 늘어놓는 것은 미봉책이다. 문제가 생산되는 근본 원인을 그대로 두기 때문이다. 물이 계속 엎질러지고 있는데, 물통을 일으켜 세우지는 않고 찔끔 닦아내는 셈이다. 청년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사회구조적 문제를 발견하기 위한 시작점일 뿐이다. 세대로서의 청년, 생애주기로서의 청년을 넘어 관점으로서의 ‘청년’이 필요하다. 구조개혁으로 이어져 청년뿐 아니라 기성세대와 미래세대의 문제까지 해소하는 대책으로 이어져야만 ‘청년’ 담론과 정책은 의미가 있다.

청년 티에프의 구성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이철희 단장을 필두로 한 청와대 청년 티에프 멤버에는 당사자가 없다. 이들이 생물학적 연령상으로 40~50대라는 점이 핵심 문제는 아니다. 당사자는 정의상 “어떤 일이나 사건에 직접 관계가 있거나 관계한 사람”을 뜻한다. ‘청년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건 사람이라면 연령과 관계없이 누구나 이 문제의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청년의 삶에 대한 적극적 이해와 관심을, 대책을 구상하겠다는 인물들에게서 읽기 어렵다는 게 진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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