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들', 외로움과 작별에 대하여 [강다윤의 카페인]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바스락거리는 영화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고독한 현대인의 일상을 그렸다. 그러나 '다 같이 살아가자'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늘 혼자가 편한 진아(공승연). 진아는 콜센터의 에이스 상담원으로 단조롭고 변화 없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진아에게 17년 만에 나타나 죽은 엄마의 재산을 독차지한 아버지, 1:1 교육을 해야 하는 신입 수진(정다은)의 등장은 괴롭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 매일 말을 걸던 옆집 남자가 고독사하고 새로운 이웃 성훈(서현우)이 등장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삭막한 분위기 속 낡고 지친 진아를 비추는 것으로 시작한다. 감독이 담는 것은 특별히 통통 튀거나 반짝이는 무언가보다는 담담하고 메마른 일상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전개되는 조금씩 다른 이야기는 현대인의 반복되는 하루하루를 그리는 듯하다.
그것을 깨는 것은 표정 변화조차 없는 공승연의 섬세함이다. '혼자 사는 사람들'로 첫 장편 영화 주연을 맡은 공승연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받아 연기력을 입증했다. 그런 공승연이 그려내는 진아는 부서지는 가을 낙엽 같다. 식사할 때에도 버스를 탈 때도 진아와 항상 함께하는 것은 핸드폰뿐이다. 휴식을 취하는 집조차 방 한 칸 외에는 텅 비어 썰렁하기만 하다. 공승연은 진아의 단조롭고 바싹 마른 일상을 담담히 이끈다.
영화는 '모두', '다 같이', '하나'를 목표로 달리지는 않는다. 홀로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던지며 전하는 것은 만남이 남기는 흔적과 작별의 방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전화할 땐 어렵지 않았는데"라는 말과 함께 진아가 흔들릴 때, 관객 역시 함께 흔들린다.
서현우는 짧은 등장에도 진아에게 변화를 안기는 성훈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정다은 역시 혼자 살기엔 벅찬 수진을 무난히 그렸다.
오는 19일 개봉. 러닝타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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