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70도 모자라".. '당심·민심' 고민 빠진 국민의힘
과거 전당대회와 올해 서울시장 경선 등의 사례를 보면 여론조사 비중이 중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여론조사 비율에 따라 후보 간 당락이 좌우됐기 때문이다.
2019년 전당대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황교안 전 대표에게 당심에서 밀리면서 당 대표 도전에 실패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내 경선에선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의원이 고배를 마셨다. 당원 투표(20%)와 여론조사(80%)로 치러진 1차 예비경선에서는 나 전 의원이 가장 높은 득표를 기록했다. 그러나 100% 여론조사로 진행된 본경선에서는 오 시장이 나 전 의원을 꺾고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됐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선관위원은 "(선거인단과 여론조사 비율을) 3 대 7로 해도 모자랄 판이다. 하도 당원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아 보수적으로 5 대 5를 제시했다"며 "마음 같아서는 3 대 7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 대표 경선에서 나올 메시지를 고려해서라도 일반 시민의 목소리를 더 들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당심만 보다가 전당대회에서 보수 회귀적인 메시지가 나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누가 표를 주느냐가 경선의 담론을 형성한다"며 "민주당은 당원 반영 비율이 90%라서 친문 선거가 됐다. 국민의힘도 당심 반영이 70%라면 강성 당원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당 대표가 되느냐도 중요하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지지율도 오른다"며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느냐 외면받느냐 이게 더 중요하다. 당원 반영 비중이 높을수록 전당대회하고 나서 당 지지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선 정국에서는 당 이미지와 국민 눈높이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황우여 선관위원장은 11일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헌·당규를 개정하는 것은 시일이 촉박해서 우리가 상당히 어려운 면이 있다"며 "우리가 토의한 내용만 비대위에 전달했다. 아마 좋은 결과를 도출해주시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7 대 3이라는 당심과 민심 비율도 민주당에 비하면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당원이라고 꼭 수구적인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다', '룰을 바꾸면 특정 후보에 유불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알려졌다.
특정 후보의 이해관계와 유불리를 떠나 원칙에 따라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당 대표는 당을 대표한다. 국민을 대표하는 게 아니다"며 "전당대회에서 당원 의견을 반영하는 게 상식적이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전당대회는 당원의 축제지 국민의 축제가 아니다"며 "매번 유불리에 따라서 당헌·당규를 바꾸면 정당의 몰골이 아니게 된다"고 비판했다.
11일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5선의 조경태 의원은 '당원 투표 비중을 줄이자'는 의견에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당에 남아 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원들 의사가 절대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는 게 저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주호영 전 원내대표도 민주당의 사례를 언급하며 "당원 뜻이 많이 반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초선으로 당 대표에 도전하는 김웅 의원은 최근 라디오에서 "초선 그룹에서 (현행 룰은)우리 당과 국민 사이 괴리를 부른다는 말이 있다"면서도 직접적으로 여론조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고는 주장하지 않았다.
이준석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예비경선 및 본 선거를 포함한 선거 모든 과정에 있어서 전당대회 룰에 대해 어떤 의견도 내지 않겠다"며 "당 공식기구인 선관위가 총의를 모으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밝혔다.
당 대표 여론조사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김 의원과 이 전 최고위원이 룰 세팅 언급을 아끼는 이유는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개적으로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라고 이야기할 경우 자칫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규칙을 설정해달라'는 식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권 주자들이 오해를 살까 봐 그런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현역 의원들도 (룰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꺼리는 분이 많은 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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