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과 고향의 정..'칠곡할매' 손글씨 글꼴 한컴오피스에 탑재

박원수 기자 2021. 5. 12.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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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할매글꼴을 개발한 다섯 분 중 한 분인 추유을 할머니가 서체 탑재에 감사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전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모습. 추 할머니가 들고 있는 피켓의 글자는 바로 추 할머니가 제작한 글꼴이다. /칠곡군

“내 글씨 콤푸타(컴퓨터)에 나오네. 억수로 고맙데이.”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글과컴퓨터는 지난 11일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컴오피스 제품에 칠곡 할머니의 손 글씨를 디지털로 전환한 ‘칠곡할매글꼴’이 정식으로 탑재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제 강점기와 해방 전후 태어난 시골 할머니들의 손 글씨를 대한민국 대표 한글 문서편집 프로그램에서 글꼴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컴오피스에서 칠곡할매글꼴을 검색해 선택하면 다섯 분의 시골 할머니 손글씨체로 한글 문서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당사자인 다섯 할머니들의 반응은 뜨겁다.

한글과컴퓨터사가 칠곡할매글꼴을 탑재한다는 것을 공지한 SNS에서는 추유을 할머지가 보낸 농산물에 감사하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소셜미디어 캡쳐

추유을(87) 할머니는 토마토, 가지, 오이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상자에 담아 한글과컴퓨터에 전해달라며 칠곡군청을 찾는 정성을 보였다. 추 할머니는 “너무 감사한 마음에 농산물을 준비했다”며 “내가 죽더라도 글꼴을 통해 나를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고 기뻐했다.

추 할머니의 귀한 선물을 받은 한컴은 자사 소셜미디어에 “할머니께서 고마움을 표시로 직접 농사지은 벌꿀 참외부터 빨갛게 익은 토마토, 가지, 오이, 고추 등 농산물과 시가 담긴 책들을 보내주셨습니다. 따뜻한 마음 감사드립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을 올렸다.

칠곡할매글꼴이 탄생한 것은 지난해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평생 한글을 몰랐던 할머니 400여명이 한글을 깨우친 것이 계기가 됐다. 칠곡군은 개성이 강한 글씨체 5가지를 선정해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12월말까지 각자 2000여자씩 다섯 분이 총 1만여자에 이르는 글씨를 쓰면서 서체를 다듬는 정성을 보였다.

글꼴은 글씨체 원작자의 이름을 따 △칠곡할매 권안자체 △칠곡할매 이원순체 △칠곡할매 추유을체 △칠곡할매 김영분체 △칠곡할매 이종희체 등 5가지로 구성됐다.

칠곡군은 이를 계기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할머니들의 굴곡진 삶이 녹아 있는 칠곡할매글꼴을 알리는 캠페인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칠곡할매글꼴은 이미 확산 중이다. 백선기 칠곡군수 지갑에는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다섯 종류의 명함이 있으며, 왜관의 한 상점 주인은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종이가방에 상품을 담아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밖에도 경주 황리단길에는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가로 5m, 세로 10m의 대형 간판이 걸려 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칠곡할머니 글꼴이 많은 국민들이 접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다양한 글씨체가 많은 사회일수록 이를 활용한 글꼴과 문화가 다채롭게 발달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한다”며 “아날로그 감성과 고향의 정이 녹아있는 칠곡할매글꼴은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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