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반도체] 美 압박 거센데.. 삼성 총수부재에 兆단위 투자 '안갯속'

박정일 2021. 5. 12.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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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미국 현지 투자계획 제시
TSMC 수준으로 나올지 유동적
文정부 '민간결정 사안' 선 그어
삼성 전략적 고심 더 깊어질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핵심 공정인 EUV(극자외선)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트렌드포스 제공>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K-반도체가 운명의 5월을 맞았다. 우선 12일 우리 정부가 'K-반도체' 전략을 내놓고, 이어 삼성전자가 오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주관하는 반도체 대책 화상회의에 참석해 현지 투자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다음날 이어지는 한·미 정상회의에서는 '반도체 인프라 구축'을 주창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오고, 이에 문 대통령이 어떤 답을 내놓을 지도 관심사다.

일단 업계에서 주목하는 K-반도체 대책으로는 시설투자와 연구·개발(R&D) 세제혜택을 중심으로 인력 육성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9일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 반도체 업계가 제출한 '대정부 건의문'의 내용이 대부분 반영됐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당시 협회는 R&D와 제조설비 투자비용에 대한 최대 50%의 세액공제, 인허가와 전력·용수공급, 폐수처리시설 등 인프라 시설에 대한 신속한 공공지원, 차세대 반도체 제조 구축을 위한 시설투자 지원, 화학물질관리법 등 규제법안의 실효성 있는 완화, 탄소중립을 위한 신재생에너지의 충분한 공급과 적정 가격체계 구축을 위한 법체계 정비 등을 요청한 바 있다.

아울러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국제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미·중국 정부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관련 통상·정책동향의 실시간 공유 등도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차량용 반도체 만큼이나 공급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반도체 인재 육성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에 이어 오는 20일(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주관하는 반도체 대책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라는 초대를 받았다. 지난번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전했다면, 이번에는 좀 더 실무적인 논의가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도체와 통상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지난 2월부터 진행했던 100일 간의 반도체·배터리 등의 공급망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업체들에 투자와 같은 실질적인 해법 마련을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차 반도체 대책회의 이후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인 대만 TSMC가 3년 간 1000억 달러(약 112조원) 규모의 투자와 미국 내 최대 6개 신규공장 건설 등의 계획을 내놓은 만큼, 삼성전자 역시 신규 투자 계획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TSMC 수준의 투자계획을 내놓을 지는 유동적이다. 우선 올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구속 된 이후 총수부재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기존에 추진 중인 170억 달러(약 19조원) 투자계획 외에 추가로 조 단위의 투자를 결정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여기에 TSMC가 7나노 이하 미세공정 핵심 기술인 EUV(극자외선) 장치를 70% 이상 확보했다는 외신 보도와 함께 애플과 AMD 등 주요 반도체 설계업체들의 파운드리 수주를 싹쓸이했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맞대응을 하는 것이 적절한 지 등에 대한 고민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보다 더 늘면서(54.6%→56%) 삼성전자(19.4%→18%)와의 격차도 한층 더 벌린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가 만족할 만한 투자계획을 제시했을 경우 한·미 정상회담은 한층 더 긍정적인 분위기로 진행될 수 있지만, 아닐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반도체 투자 압박이 한층 더 강하게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상업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요청에 최대한 협조하되, 반도체 공장 투자는 민간 기업이 결정할 사안이라며 선을 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전략적 고심은 한층 더 깊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벨류체인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지만 중국도 포기할 수 없는 만큼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미중 반도체 전쟁에서 쉽게 선택하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우리 역시 자국 내 벨류체인을 단단하게 다져놔야 향후 다시 자유무역 흐름이 왔을 때 주도권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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