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글씨 콤푸타(컴퓨터)에 나오네. 억수로 고맙데이"..시골 할머니 손글씨체, 한컴오피스에 정식 탑재

백경열 기자 2021. 5. 1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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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북 칠곡 시골 할머니들의 손글씨가 국내 대표적 한글 프로그램에서 공식 글꼴로 사용된다.

추유을 할머니가 최근 자신의 손글씨체가 한컴오피스에 공식 탑재된다는 사실을 접한 뒤,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칠곡군은 한컴오피스에 칠곡 할머니의 손글씨를 디지털로 전환한 ‘칠곡할매글꼴’이 정식으로 탑재된다고 12일 밝혔다. 소프트웨어 기업 한글과컴퓨터는 전날 오전 9시35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한컴오피스 이용자들은 앞으로 이 글꼴을 검색해 선택하면, 시골 할머니 5명의 손글씨체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할머니들은 크게 기뻐했다. 글씨체 원작자 중 한 사람인 추유을 할머니(87)는 토마토와 가지, 오이 등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상자에 담아 한글과컴퓨터 측에 전해달라며 칠곡군청을 찾기도 했다.

추 할머니는 “너무 감사한 마음에 농산물을 준비했다”면서 “내가 죽더라도 글꼴을 통해 나를 잊지 않고 영원히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 한글과컴퓨터가 지난 11일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 칠곡할매글꼴이 한컴오피스에 탑재된다는 소식 등을 전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칠곡군은 가정의 달을 맞아 할머니들의 굴곡진 삶이 녹아있는 칠곡할매글꼴을 알리는 캠페인을 펼칠 예정이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칠곡 할머니 글꼴을 많은 국민이 접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행정에 평생학습을 접목해 삶의 질을 향상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다양한 글씨체가 많은 사회일수록 이를 활용한 글꼴과 문화가 다채롭게 발달하고 관련 산업이 성장한다”면서 “아날로그 감성과 고향이 정이 녹아있는 칠곡할매글꼴은 새로운 영감과 아이디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칠곡군은 지난해 12월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친 할머니 400명 중 개성이 강한 글씨체를 선정해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했다. 글꼴 이름은 원작자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칠곡할매 권안자체’, ‘칠곡할매 이원순체’, ‘칠곡할매 추유을체’, ‘칠곡할매 김영분체’, ‘칠곡할매 이종희체’ 등 5가지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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