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 리뷰] '혼자 사는 사람들', '혼자'도 괜찮지만 '같이'도 나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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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타임 90분이 짧다.
공승연의 가치가 이제야 제대로 드러난 작품,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이다.
카드회사 콜센터에 다니는 진아(공승연 분). 그에겐 혼자 하는 생활이 편하고 익숙하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는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1인가구 인물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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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승연, '건조한 인물' 탁월한 표현력
첫 장편 주연작으로 '배우상' 수상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러닝타임 90분이 짧다. 배우 공승연의 연기적 역량이 놀라움을 안긴다. 공승연의 가치가 이제야 제대로 드러난 작품,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이다.
카드회사 콜센터에 다니는 진아(공승연 분). 그에겐 혼자 하는 생활이 편하고 익숙하다. 혼자 살고 있고 회사에서도 동료들과 교류하지 않는다. 매달 팀 실적 1위를 놓치지 않는 진아에게 팀장은 일주일간 신입인 수진(정다은 분)의 교육을 맡긴다.
누군가를 맡아야 한다는 사실이 번거롭지만 시키는 일을 어쩌겠는가. 수진은 진아와 달리 살갑다. 사수라고 커피도 챙기고 점심을 같이 먹고 싶다며 진아를 따라가기도 한다. 하지만 진아는 같이 들어간 식당에서 따로 앉아 먹을 정도로 배타적이다. 후배 교육도 성가신데 집안일로도 속이 시끄럽다. 얼마 전 모친상을 치렀는데, 17년 전 바람나서 집을 나갔던 아버지는 최근에 돌아와 엄마와 함께 살며 엄마의 임종까지 지켰다. 진아는 친근하게 구는 아버지가 껄끄럽다. 그러던 어느 날 진아의 옆집에 고독사 사건이 발생하고, 그 집에 새로운 이웃 성훈(서현우 분)이 이사 온다.
'혼자 사는 사람들'에는 각기 다른 상황에 놓인 1인가구 인물들이 등장한다. 진아는 타의가 아닌 '자의적 고립'을 택해 살아가고 있다. 그게 편해서다. 누군가의 간섭도 귀찮고 인간관계를 맺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진아는 밥을 먹을 때도, 담배를 피울 때도, 버스로 이동 중일 때도 늘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다.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집에서는 커튼을 쳐놓고 창문을 열지도 않는다. TV도 세상과 소통하는 채널이 아닌 그저 '백색소음 용도'로 사용한다. 진아는 옆집에서 고독사가 발생해도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 이로 인해 성훈이 새로 이사오면서 생기는 소음과 불편함이 짜증날 뿐이다.
진아는 일할 때마저 콜센터 직원이라 헤드폰을 끼고 있다. '극한 감정 노동'으로 꼽히는 콜센터 상담일을 감정 없이 능숙히 일을 해내는 진아의 모습이 대단하면서도 안쓰럽게 느껴진다. '죄송하다'는 말이 기계적으로 튀어나오는 베테랑 진아와 '죄송하지 않아서 죄송하다고 못하겠다'는 사회초년생 수진의 모습이 대비된다. 현실과 타협한 진아와 현실과 타협해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는 수진. 진아가 '자의적 고립'을 선택한 것도, 수진에게 진심 없이 '죄송하다'는 말을 하게 하는 것도 결국 우리 사회가 종용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연결'이란 없었던 진아는 후배 수진과 새 이웃 성훈, 돌아온 아버지로 인해 '혼자'였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혼자 사는 삶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과 어울리는 삶도 틀린 방법은 아니라고 영화는 말한다. 혼자 사는 삶을 비난하지도, 어울려 사는 삶이 옳다고 정의 내리지도 않기에 영화는 공감되고 편안하게 다가온다. 드라마틱한 사건 없이도 뒷이야기가 계속 궁금해지는 이유기도 한다.
공승연의 연기는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건조하고 무감정한 진아이기에 눈빛과 분위기로 전하는 감정이 중요하다. 쌓여왔던 진아의 외로움과 분노가 표출될 때는 폭발적인 감정 연기가 필요하다. 공승연은 이 모든 걸 자연스럽게 표현해냈고, 진아의 감정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줬다. 공승연은 첫 장편 주연작인 이 영화로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배우상을 받았다. 연기로 수상이 처음이었다. 상이 아깝지 않은 연기다.
'혼자 사는 사람들'은 오는 19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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