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시위대에 총부리 겨눈 콜롬비아 정부..총격 당한 학생 운동가, 결국 사망
[경향신문]
콜롬비아 정부가 빈곤과 불평등에 항의하는 평화시위대를 향해 총부리를 겨눠 40명 이상이 숨진 가운데, 11일(현지시간) 시위를 주도한 학생 운동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권단체들은 희생자가 더 있다고 보고 국제사회의 독립적인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CNN에스파뇰 등에 따르면, 콜롬비아 평화시위의 상징인 학생 운동가 루카스 빌라는 지난 5일 시위 도중 8발의 총격을 당한 뒤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이날 빌라가 치료를 받던 산호르헤 데페레이라 병원 측은 빌라가 전날 뇌사 상태에 빠졌고, 몇 시간 뒤 심장이 멎었다고 밝혔다. 빌라의 여동생 니콜 빌라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의 사망 소식을 전한 뒤 “오빠가 여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곳(천국)에서도 모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달라”고 추모했다.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콜롬비아 전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사망 당일 그가 시위 도중 전경과 악수를 하는 모습이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되기도 했다. 당시 빌라는 친구에게 “우리 모두 여기서 죽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국민들을 두고 떠날 수 없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빌라에게 총을 겨눈 게 정부군인지, 괴한인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시위 도중 오토바이를 탄 무리가 빌라를 향해 총을 발포했고, 8발이나 맞은 빌라는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함께 시위를 벌이던 시민 2명도 부상을 입었다. 그 중 한 명은 대학생이자 요가 강사였는데 시위 현장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SNS에 게재됐다. 이날 이들을 추모하는 수백명의 시위대는 빌라가 총에 맞은 곳에서 단체 요가를 하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당국은 가해자들을 빨리 찾겠다고 약속했다. 카를로스 마야 페레이라 시장은 빌라에게 총격을 가한 사람들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5000만페소(약 18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수십 년간 보수정당이 집권한 콜롬비아에서는 이반 두케 대통령이 소득세 징수 기준을 낮추고 부가가치세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서민증세’ 세제개편안을 추진해 중산층과 서민들의 분노를 샀다. 지난달 28일부터 수도 보고타 등 전국에서 세제개편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퍼지자, 두케 대통령은 지난 2일 개편안을 철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속 빈곤과 부패, 불평등에 지친 시민들의 항의는 더욱 거세졌다. 평화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향해 군경이 무력진압을 나서면서 최소 42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경찰이 소총, 반자동 기관총을 시위대에 발사했다고 증언하며 국제단체의 독립적인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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