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제국의 무덤' 앞에 선 중국 / 박민희

박민희 2021. 5. 12.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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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배경으로 두 소년의 비극적 우정을 그린 영화 <연을 쫓는 아이> 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신장)의 카슈가르에서 촬영됐다.

이 영화가 제작된 2006년, 아프간은 미군 점령과 이에 맞서는 탈레반의 공방전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고, 제작진은 20여개국을 돌아다닌 끝에 아프간과 가장 비슷한 곳으로 신장의 카슈가르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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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1970년대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배경으로 두 소년의 비극적 우정을 그린 영화 <연을 쫓는 아이>는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신장)의 카슈가르에서 촬영됐다. 이 영화가 제작된 2006년, 아프간은 미군 점령과 이에 맞서는 탈레반의 공방전으로 극심한 혼란에 빠져 있었고, 제작진은 20여개국을 돌아다닌 끝에 아프간과 가장 비슷한 곳으로 신장의 카슈가르를 선택했다. 신장은 위구르·카자흐·타지크 등 투르크어와 페르시아어를 사용하는 이슬람교도들의 오랜 삶의 터전이며, 아프간과 약 80㎞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난달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군 3천여명을 9.11 테러 20주년이 되는 오는 9월11일까지 완전히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하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미군 철수가 시작된 뒤 아프간에서 테러가 잇따르는 등 불안한 먹구름이 짙어졌다. 지난 주말엔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여학생들을 겨냥해 85명의 목숨을 앗아가고 147명을 다치게 한 잔인한 차량 폭탄테러가 일어났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과 왕위 아프간 주재 중국대사는 “갑작스러운 미군 철수 발표로 폭탄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며 “아프간의 외국 군대(미군)가 책임있는 태도로 철수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관영언론에서도 아프간 미군 철수가 연일 주요 뉴스다.

중국은 지난 몇년 동안 아프간에서 영향력을 급속도로 확대해 왔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아프간의 천연자원 채굴에 투자를 늘렸고,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에도 중재자로 참여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신장을 비롯한 변경의 안보 문제다. 신장에서 위구르인 100만명 이상을 ‘재교육 수용소’에 수감하고 강제노동과 인권 침해를 저지른다는 비난을 받는 중국은 분노한 위구르인들이 국경을 넘어 아프간으로 탈주해 이슬람주의 무장단체에 가담해 저항에 나설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군 철수 뒤 아프간의 혼란이 확산되면, 중국은 아프간을 근거지로 한 이슬람주의 무장단체들의 표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중국 비밀요원 10여명이 위구르 무장단체 관련 정보를 캐내려고 아프간 테러단체에 침투하려다 아프간 정보 당국에 체포된 사건은 중국이 이런 상황을 얼마나 우려하는지 보여준다.

아프가니스탄은 ‘제국의 무덤’으로 불린다. 19세기부터 영국, 러시아, 미국이 잇따라 이 땅을 침공했다가 수렁에 빠져 도망치듯 물러났다. 2001년 아프간 침공으로 시작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은 아프간과 중동의 수많은 이들을 고통으로 몰아넣었으며, 결국 미국이 쇠락하는 원인이 되었다. 미국이 20년 만에 아프간의 수렁에서 탈출하려는 것은 이 곳에 중국을 끌어들이는 공성계(성을 비워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계책)일지도 모른다.

박민희 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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