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전면전 될라" 격화하는 이-팔 충돌

김윤나영 기자 2021. 5. 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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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이 위험천만한 모습으로 남아 있다. 가자지구 | A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이 12일(현지시간)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격화하고 있다. 양측의 거듭된 보복 공격으로 어린이와 임산부를 포함한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다. 토르 베네스랜드 유엔 중동평화프로세스 특사는 “사태가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양측 모두 즉시 폭격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군은 11일 전투기 80대를 동원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폭격했다. 이 공격으로 가자지구에 있던 13층짜리 주거용 건물이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렸다. 건물 잔해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3명의 시체가 발견됐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최소 36명이 사망하고, 22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망자에는 어린이 12명과 임산부 1명이 포함됐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에 로켓포 200여발을 발사했다. 가자지구의 또다른 무장조직 이슬라믹 지하드도 별도의 로켓포 100발을 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의 공격으로 7세 어린이를 포함해 이스라엘인 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내 아랍계 주민들이 많이 사는 도시 로드, 라믈라 등에서는 반이스라엘 시위가 확산했다. 상점에 불을 지르는 시위대에게 이스라엘 경찰이 최루탄과 섬광탄을 쏘면서 도시 곳곳이 아수라장이 됐다. 아랍계 시위대 한 명이 이날 로드에서 유대계 주민이 쏜 총에 맞고 사망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야이르 레비보 로드 시장은 “이건 내전”이라고 했다.

양측은 서로 보복을 다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로드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하마스는 무거운 대가를 치러야 하는 만큼, 앞으로 공격 강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도 “확전을 원한다면 준비돼 있고, 휴전을 원한다면 그 역시 준비돼 있다”고 맞섰다.

이번 교전은 지난 10일 이슬람 성지 알아크사 모스크에서 벌어진 이스라엘 경찰과 팔레스타인 시위대의 충돌로 촉발됐다. 충돌이 공습으로 이어진 데는 양국의 정치적 요인도 작용했다. 알자지라는 연정 구성 실패로 실각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총리에게 지금은 ‘외부의 적’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팔레스타인에서도 오는 22일 예정됐던 온건정부 파타와 무장정파 하마스 간 통합 총선이 무산된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하마스는 파타의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을 소외시키고 예루살렘에 있는 팔레스타인인의 수호자로서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사회는 확전 자제를 촉구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비판하면서도 “예루살렘은 공존의 장소가 돼야 한다”고 이스라엘에 촉구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가비 아슈케나지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통화하며 물밑 중재에 나섰다. 유엔은 12일 비공개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한다.

이번 사태로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와는 달리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해법’을 지지해온 조 바이든 정부에 양국의 전쟁은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성일광 서강대 유로메나문명연구소 연구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이란 핵합의(JCPOA) 복원이라는 더 시급한 문제를 앞두고 있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은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관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종교적 갈등에 양측 내부의 정치적 이해까지 얽히면서 당분간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각 위기에 처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교전으로 유리한 정치적 국면을 맞았다. 당장 ‘반네타냐후 연합’은 연정 구성 협상을 일시 중단했다.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는 야당이 연정을 꾸릴 기회를 막거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의 새로운 긴장을 도모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갈수록 우경화되고 있다면 팔레스타인은 마흐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이끄는 노쇠한 파타 정부와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전투적인 하마스로 파벌이 나뉜 상태다. CNN은 이런 현실을 지적하며 “바이든 정부가 옹호한 2국가 해법을 실현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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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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