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네수엘라 데탕트 열리나..마두로, 잇단 유화적 제스처

최서윤 기자 2021. 5. 1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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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협상 카드 '만지작'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021년 5월 1일 메이데이 행사에 참석한 모습.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대(對)베네수엘라 제재를 검토 중인 가운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최근 3년간 마두로 대통령은 이전엔 거부하던 국제식량원조에 동의하고, 카라카스에서 부패 혐의로 체포돼 수감 중이던 미국 정유화학사 시트고(CITGO) 임원 6명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등 변화의 신호를 보여왔다. 지난주엔 18년 만에 처음으로 5인으로 구성된 국가 중앙선거관리위원에 야당 인사 2명을 임명했다.

이 같은 조치들은 미국과 조율 없이 마두로 정부가 먼저 독자적으로 취한 것이지만, 미 정부 소식에 정통한 인사들은 이미 마두로 및 그의 이너서클과 대화를 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 빌 리처드슨 전 뉴멕시코 주지사,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식량계획(WFP) 사무총장 같은 인물들이 그렇다.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했던 것처럼 마두로 정부를 거부하고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것이지만, 미국이 내부적으로 베네수엘라 정책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전언도 들린다.

미 정부 당국자는 "마두로 정권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야당과 대화해야 한다"면서도 미국과의 접촉과 관련해서는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 전 국회의장이 2021년 4월 9일 카라카스에서 미디어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과이도 전 의장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정부와 범야권 간 선거 관련 협약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야권 인사들이 정권에 참여하는 대가로 제재 완화를 제안했으며, 이 같은 협약은 국제적 지지를 얻어 대선과 총선을 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 중남미정책국장 신시아 앤슨은 마두로 정부의 최근 변화에 대해 "중요한 조치들"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앤슨은 "그들은 제재 완화를 원하고 있고 바이든 정부도 제재의 가혹함을 불편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양측간 불신이 깊고 정치적 타협의 명분이 없는 점을 짚었다.

민주당 소속 하원 외교위원장인 믹스 의원은 미국 정부가 마두로 정부의 행보를 환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는 베네수엘라의 긍정적인 제스처를 인지하고 있고 앞으로 민주주의로 나아갈 경우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지난주 성명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바이든 정부는 여전히 과이도 전 의장을 지지하고 있지만, 과이도 전 의장이 대내외에서 '임시대통령'을 자처한 지 2년이 넘도록 아직까지 마두로 대통령을 몰아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미국 정부와 마두로 정부 간 소통의 틈이 생겼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마두로 정부는 최악의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7년째 제재 완화를 모색하고 있고, 미국은 러시아와 이란 같은 베네수엘라 동맹국들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제한하고 미국인 채권자들과 셰브론 등 남미에서 사업하는 미국 기업들을 보호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이해가 맞닿는 지점도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1년 5월 7일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일자리 법안 관련 연설을 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줄리 정 미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는 "미국은 베네수엘라 위기에 대해 포괄적이고 협상된 해법을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에 필요한 모든 측면을 다루려 하고 있지만, 새로 구성하기로 한 선관위가 이에 기여할지는 베네수엘라 국민에 달렸다"고 말했다. 물론 협상에는 정치범 석방과 신뢰할 수 있는 선거 옵저버, 대중선거 일정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세계 최대 규모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며 한때 비교적 부유했던 베네수엘라가 몇 년째 겪고 있는 인도적 위기도 바이든 정부에는 큰 부담이다. 전임 트럼프 정부가 마두로 정부의 미국내 자산 동결, 베네수엘라 국민의 미국 방문 금지, 베네수엘라 석유수입 금지 등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베네수엘라의 인도적 위기는 심화했다.

베네수엘라 정치학자 아나 밀라그로스 파라는 "마두로는 국제금융시스템에 접근하고 국가 부채를 재협상하기 위해 정통성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자신의 권력을 위협받지 않으면서 협상할 수 있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두로 정부는 자신들이 통제하는 게임판에서 패를 움직였다. 야당은 과이도 전략으로 이전의 정체성을 유지할 것인지 다른 행동계획을 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면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내러티브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고 강조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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