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 24시간 채굴, 18개 코인을 얻긴 했는데.." [김기자 해봤습니다]

김정은 2021. 5. 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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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을 위해 후배에게 빌린 스마트폰 공기계. 작동만 된다면 어떤 스마트폰이든 상관 없다며 호기롭게 빌린 스마트폰 액정은 처참한 상태였다.
"누나, 공기계는 왜요?"

"코인 채굴하게."

"그게 돼요?"

그렇게 코린이 기자가 이번엔 가상화폐 채굴에 나섰다. 그것도 스마트폰으로.

앞서 기자는 나흘 동안의 코인 투자에서 7.6%의 손실을 봤다. 대파 값이 오르면 직접 대파를 심듯이,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이 코인을 직접 채굴해보기로 했다. 스마트폰으로 하는 채굴이 인기라길래 직접 도전해봤다. 매일 채굴된 코인이 쌓이는 게 눈으로 확인되니 즐거웠다. 문제는 당장 돈이 안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채굴이 손 쉬운데 돈이 될리가 있을까.

A코인 애플리케이션 로그인 후 첫 화면.

"제2비트코인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

"상장이 돼 실물 거래가 가능해지면 완전히 뒤집어질 것이다. A코인은 달러와 같다. 실생활에 쓰이게 되면 전세계에서 공용으로 사용되는 가상화폐가 될 수 있다. 개당 2만원이면 약 2000조 규모다."

"비트코인도 예전에는 1개당 10원밖에 안 했다. 연산이 어려워서 비트코인이 비싸다는 거, 다 거짓말이다. 코인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인 진보성에 대한 대중적인 기대감이 만든 것이다. A코인도 마찬가지다. 무료라고 무시해서는 안 된다." (A코인과 B코인은 실제 코인 이름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만든 가상의 이름이다)

유튜브에 A코인을 검색하니 A코인의 미래 가치가 상당하다고 열변을 토하는 영상들이 넘쳐났다. 하루에 한 번 버튼만 눌러주면 '제2의 비트코인'의 주인이 될 수 있다니 꽤나 혹했다.

한 후배에게서 얻은 화면 곳곳이 깨진 스마트폰 공기계로 지난 3일부터 채굴에 착수했다. 현재 스마트폰으로 채굴 가능한 코인으로는 'A코인'과 'B코인'이 있었다. 두 앱 모두 설치 후 가입하면 스마트폰으로 24시간 자동 채굴이 가능하다. 24시간마다 채굴 버튼만 눌러주면 된다.

보통 코인을 채굴하려면 고성능의 GPU(graphic processing unit·그래픽 처리를 위한 고성능의 처리장치로 그래픽카드의 핵심)를 장착한 컴퓨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한 컴퓨터를 마련할 돈도, 엄청난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도 없는 경우라면 스마트폰 채굴이 눈에 들어올 수 밖에 없다. 실제로 'A네트워크'는 한때 구글 플레이스토어 인기무료앱 2위를 차지한 적도 있을 정도다. 10일 기준으로는 7위에 머물고 있다.

스마트폰 채굴을 시작했다고 하니 주변의 20대 코인 투자자들도 관심을 나타냈다.

코인 투자로 30만원을 200만원으로 만든 지인 A씨는 "채굴은 고성능 컴퓨터가 있어야만 된다고 들었는데 만약에 채굴이 된다고 하면 대박이긴 하다"며 "한번 해보고 알려달라"고 했다.

B코인 앱 캡처. 가운데 초록색 동그라미 버튼을 누르면 주조가 시작된다.

"코인 채굴은 쉬운데 돈은 되려나?"

스마트폰을 켜두면 자동으로 채굴이 되는 식이라 큰 노력은 필요 없다. 24시간마다 버튼을 눌러주는 것 조차 성가시게 느껴질 정도다. 가끔은 버튼을 바로 누르는 것을 까먹었다가 새벽에 버튼을 누르고 다시 잠든 적도 있다. 처음 앱을 설치한 이후 일주일이 지난 10일 A코인은 18.0013개, B코인은 33.1265개를 채굴했다. 대략 계산해보면 A코인은 1시간동안 0.1058개, 1일에 2.5397개를 B코인은 1시간동안 0.1971개, 1일에 4.7323개를 채굴한 셈이다.

가장 궁금한 것은 이렇게 일주일 동안 파낸 코인이 돈으로 따지면 얼마나 되나 하는 점이다. A코인과 B코인으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아직 거래소에 상장되지 않아 화폐가치가 없다.

그런데도 A코인, B코인을 채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2의 비트코인이 될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으로 '밑져야 본전'이라는 채굴자들이 많다. 비트코인도 2008년 당시에는 0원에 가까웠지만 현재는 7000만원이 넘는다.

A코인앱에는 대화방 기능이 있다. 여기서는 "제2의 비트코인 가즈아", "문제는 언제 파느냐다. 존버(끝까지 버티기)하면 대박" 등 서로 격려하면서 끝까지 가자는 구호들이 난무했다.

사실 A코인과 B코인 모두 엄연히 채굴은 아니었다. 가상화폐를 얻는 방법에는 크게 채굴(Mining)과 주조(Mint)가 있다. 채굴은 컴퓨터에서 암호를 풀어 코인을 보상받는 것이라면, 주조는 화폐 자체를 발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A코인과 B코인은 암호를 풀지 않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가상화폐인 A코인과 B코인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주조에 가깝다. 매일 버튼만 눌러주면 알아서 쌓이는 A코인과 B코인을 보며 상상했던 분홍빛 미래가, 채굴과 주조의 차이를 알고 나니 회색빛으로 변했다.

A코인 앱 내 유저들의 대화방 일부 캡처. `대박나자` 등의 반응이 나온다.

전문가들 "비트코인과는 비교 불가"

전문가들은 냉철하고 잔인했다. 기자도 스마트폰 채굴자라는 사실을 알리가 없었을 테니 말이다. 보통은 에둘러서 말하기 마련인데 쓸데 없는 짓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특히 상장도 되지 않은 A코인이 제2의비트코인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현재 유튜버 등이 추천하거나 앱스토어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종목 상장 전 전문적인 띄우기일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비트코인과 A코인을 비교하는 것을 두고 말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디지털 데이터는 '복붙'으로 무한대 생성이 가능한데 비트코인은 그걸 불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A코인은 그런 혁신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전문가의 멘트는 더 수위가 높았다.

김형중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은 "A코인에 큰 의미를 두기 보다는, 하루 한번 치매예방용으로 버튼을 누른다는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흔히 말하듯 '뼈를 때리는' 말이었다.

그는 "현재 A코인에 대한 얘기가 종종 나오긴 하는데 아직 상장이 되지 않아서 가격도 없고 현금 거래 등이 이뤄지지 않아 큰 우려를 표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A코인 백서를 직접 열람한 뒤 "A코인은 현재 기술적으로도 내세울 수 있는 게 없다. 백서에도 원리만 설명해놨다"고 지적했다.

김 기자가 다음에는 '2021 코인 대전' 최전선에 있는 2030 투자자와 채굴자들을 만나러 갑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 ☞구독☜(글자를 클릭하시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해주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1derland@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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