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지하실로 분리.."기본권 과도제한"
"마땅한 단독공간 없어..연이은 휴가로 근무 제대로 안해"
인권위 "피해자 보호취지 벗어난 징벌, 모멸감 주는 행위"
인권위는 12일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행위자의 근무장소를 바꾸더라도 가해자의 인격권과 건강권을 고려해 분리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피진정학교 이사장에게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한 학교의 사무직원으로 근무했던 A씨는 지난해 3월 20일 지하공간에서 근무하라는 학교 측의 지시를 받았다. 학교 측은 A씨가 같은 달 10일 다른 직원에게 언성을 높이고, 폭언 및 삿대질을 했다는 보고를 받고 관련조사를 진행한 뒤 A씨에게 근무공간 이전과 시말서 제출을 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세 달 뒤 해임된 A씨는 "(학교 측이) 근무장소로 적합하지 않은 곳으로 근무지를 변경해 인격권과 건강권이 침해됐고, 시말서 작성 관련공문을 다른 직원들에게 공람시켜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고 주장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학교 측은 A씨가 근무했던 공간은 과거 학교버스 운전기사들의 휴게실로 쓰였던 곳이라며 "더 나은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싶었지만 A씨가 달리 단독으로 사용할 만한 공간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A씨가 근무지를 옮긴 후 연가와 병가를 자주 사용해 해당장소에서 제대로 근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하실에 방치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현장조사 결과, 학교 측이 A씨에게 제공한 본관동 지하 1층 사무실은 이같은 권리들을 보장받기에 적절하지 못한 공간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해당 사무실은 자연채광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기순환에 어려움이 있으며 출입구 근처 제초기를 보관하고 있는 창고에서 심한 기름냄새가 나는 등 사무공간으로서 적절하지 못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피진정학교의 감독기관인 (관할) 교육감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피진정학교장에게 해당 사무직원의 근무장소 재지정을 검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피진정인은 이같은 권고에도 불구하고 진정인이 별건으로 해임될 때까지 약 3개월 동안 사무공간을 조정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단순히 피해근로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했다는 진정인의 항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근무장소의 변경조치는 피해자 보호조치를 벗어나 징벌에 준하는 조치 또는 행위자에게 모멸감을 줄 목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며 "피진정인이 진정인에게 제공한 근무장소가 사무환경 측면에서 매우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사무공간이 지상층에 배치된 것과 달리 지하 1층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진정인에게 심리적 모멸감을 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진정인은 그 전까지는 병가 사용이 많지 않았는데 변경조치 이후 해임 시까지 두통과 어지럼증 등을 호소하며 병가·병조퇴를 지속적으로 신청했고, 관리자는 진정인의 근무상황을 확인하고 결재하는 과정에서 진정인의 건강상 고충을 충분히 인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인권위는 시말서 작성 관련 공문에 대해선 "피진정인이 공람자로 지정한 사람은 진정인을 관리·감독할 지위에 있는 학교장과 교감 외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의 당사자로 사용자인 피진정인이 관련사건을 확인하고 취한 조치에 대해 알아야 할 정당한 이익이 있는 자인 점, 관계자 외 열람을 제한토록 비공개 처리된 점" 등을 들어 인권침해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leunj@cbs.co.kr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범죄자, 배달 라이더 취업 제한"…구자근 의원, 법안 발의
- 이준석 "수입산 윤석열은 안돼…국내산 육우는 돼야"
- 하필 정상회담 전날 삼성 부른 美…압박 더 거세지나?
- 도심 고밀개발 대구‧부산 4구역 추가…서울 증산4구역은 동의 2/3 달성
- '머스크 SNL 출연' 미끼로 56억원 도지코인 사기 파장
- 강경파는 '마이웨이'…與, 노선 갈등속 쇄신은 '갈팡질팡'
- 주식 투자 사기로 징역형 받은 '청년 버핏', 동창 돈 가로채 벌금형
- 공수처, 기소 못하는 '1호 사건' 검찰로 보낸 뒤엔 "규정도 없어"
- 5년간 수달 24마리 폐사…'로드킬'이 절반 넘어
- "30분 만에 1000배 폭등, 코인 시세조종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