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몰아보기] '결백', 정지버튼 누르는 게 불가능한 긴장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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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며 간절히 바랐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스페인 미니 시리즈 '결백'(The Innocent)이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시리즈 '결백'은 엉성하면 더 이상할 작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작자 할런 코벤의 소설을 다 경험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만일 '결백'을 통해 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면 참고할 만한 정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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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이주영(칼럼니스트)

시인 윤동주는 ‘죽는 날까지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이라며 간절히 바랐다. 그도 그것이 거짓이란 걸 알고 있었을 게다. 한 점의 과오도 없이 인생을 살아가기란 너무도 어렵다는 걸 모두 알고 있지 않나.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스페인 미니 시리즈 '결백'(The Innocent)이 그 주장을 뒷받침한다.
필자는 석류를 좋아한다. 붉은 열매를 쫙 쪼개면 알알이 박혀있는 씨앗들. 다 비슷해 보여도 나름 하나 하나의 맛이 다르다. 그래서 석류를 좋아한다. '결백을 보며 문득 석류가 떠올랐다. 총 8개의 에피소드를 한 편 한 편을 볼 때마다 하나의 카테고리 속에서 각기 다른 캐릭터의 맛을 나열하는 재미가 그것을 연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산 작품들은 예부터 우리에게 익숙했고, 또 나름 스페인 산 작품들이 의외의 스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이건 루이스 부뉴엘의 '안달루시아의 개'(1929)를 통해 초현실주의 회화 사조가 영화로 전이되었을 때부터 이어지는 전통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들 속에 내재된 긴장감을 떠올리면 스페인은 애초부터 그와 같은 기운을 간직한 나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한국 시리즈로도 리메이크 예정인 '종이의 집'은 영화를 떠나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산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부추길 만한 결정타였다. 그 기대와 설렘으로 미니시리즈 '결백'의 뚜껑을 열었다. 스페인 산 작품이란 걸 제외하곤 아무런 정보 없이 말이다.
'결백'은 의도치 않은 과실 치사 살인으로 수감되었던 남자, 과거의 어떤 정보도 없이 그와 부부의 연을 맺은 여자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한 수녀의 죽음 이후 한 형사가 개입되고, 또 부부 각자의 과거로부터 지리멸렬하게 이어진 어떤 관계들이 현재의 문제로 제기되면서 이야기는 점차 미궁으로 빠져들게 된다. 사실 시리즈의 내러티브를 언급하는 건 이 글에서 큰 의미가 없다. 스릴러 장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건 시청자가 직접 경험하며 하나씩 열어가야 할 숙제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단지 여기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을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당신은…’이라고 기술하고 시작되는 매 에피소드의 재생 버튼을 누를 때마다 궁금증으로 정지 버튼을 누를 수 없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극악무도한 범죄, 끊을 수 없는 인연, 절망과 타락의 연쇄반응 등. '결백'이라는 미니 시리즈는 스릴러 장르의 교본처럼, 풀릴 듯 풀리지 않는 실마리를 마지막 화까지 잘 끌고 나간다.

사실 이 작품의 서사가 꽤나 완벽하게 유지되는 건 원작의 힘이 너무 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행여 당신이 스릴러 문학의 팬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할런 코벤의 '결백'이 바로 이 시리즈의 원형이기 때문이다. 시리즈 '결백'은 미국 작가의 원작을 스페인을 비롯한 남미권의 끈적임으로 변형시켰다는 걸 제외하고는 거의 원작의 뼈대를 고스란히 따른다. 물론 원작 소설의 이미지화가 매번 성공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여기에서 연출자의 힘이 더해졌음을 인지할 수 있다. 시리즈 '결백'은 영화 좀 봤다고 하면 누구나 손뼉을 마주칠 작품 '인비저블 게스트'(2016)의 오리올 파울로의 지휘 하에 완성되었다. 심지어 현대 스페인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배우 마리오 카사스가 '결백'의 남편 매트 역을 맡으며 열연한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시리즈 '결백'은 엉성하면 더 이상할 작품이다. 원작자 할런 코벤이 제작을 맡고, 스페인 영화 신의 촉망 받는 연출자 오리올 파울로, 스페인의 최고 인기남 마리오 카사스라는 무적 함대의 화려함을 자랑하니 말이다.
하지만 '결백'은 꽤나 찜찜한 작품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다’라는 말이 그대로 적용되는 캐릭터들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스스로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그 어떤 규범의 위반도 개의치 않는다. 물론 전체 줄거리는 매트라는 주인공의 결백을 위해 나아간다. 하지만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결백하지 않다는 것 때문에 시청하는 관객들은 긴장감을 유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제목은 굉장히 반어적인 표현으로 사용된 단어가 된다. 한 에피소드가 끝나면 다음 이야기가 어찌 될지 궁금해 죽을 지경이다. 그가 정말 범인인가 싶은데, 끝까지 아니라고 부르짖는다. 이 때문에 필자는 석류가 떠올랐다. 분명 저 열매 안에 든 것들이 새콤달콤하게 맛 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쪼개어 맛을 봤을 때 각각의 씨앗들이 표출하는 미세한 맛의 차이. '결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러한 미각적 경험을 시각적이고 정서적인 반응으로 이끌어낸다. 참, '결백'은 통상적 심의 등급으로 볼 때 ‘19금’이라는 딱지가 붙고도 남을 선정성과 잔혹성을 내포하고 있으니 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면 애초부터 시작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작자 할런 코벤의 소설을 다 경험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만일 '결백'을 통해 그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면 참고할 만한 정보가 있다. 할런 코벤은 자신의 소설을 작품화 하는데 대부분 제작자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그의 베스트셀러들이 넷플릭스 속에 꽤나 많게 시리즈화되어 있다. 필자 역시 과거 '스트레인저'라는 시리즈를 보며 숨막히는 스릴을 경험했던 적이 있다. 이 역시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이다. 이외에도 '숲' '내 이웃의 비밀'도 이미 다 공개되어 있다. 그러니까 한동안 할런 코벤의 스릴 가득한 늪 속에서 헤어나오기 쉽지 않을 거란 이야기다.
이주영(대중문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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