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의 이름으로 [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1. 5. 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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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배우 안성기, 사진제공|엣나인필름


한국영화사는 배우 안성기와 흘러왔다고 해도 무방하다. 5살이던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이후 64년째 한국영화 안팎에서 열심히 뛰고 있다. 특히 한국영화사 100주년이었던 2019년, 그리고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 유수 해외 영화제에서 ‘기생충’(2020), ‘미나리’ 윤여정(2021)이 상을 휩쓸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건 그에게도 자랑스러운 일이었다.

“한국 영화계의 발전이 정말 자랑스럽고 기뻐요. 그동안 쌓인 한국 영화의 역량이 한꺼번에 분출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한국 영화인들이 매우 뛰어나요. 좋은 시대를 맞아 한국영화가 빛을 발하고 있고, 앞으로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영화인들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지난해 말 갑작스러운 와병으로 많은 팬을 걱정하게 했지만, 다시 돌아온 그는 신작 ‘아들의 이름으로’ 홍보에 적극 뛰어들 정도로 건강해졌다.

“지금은 아주 좋아졌어요.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다시 그전처럼 잘 지내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안성기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저예산영화 ‘아들의 이름으로’(감독 이정국)에 출연은 물론 투자까지 하게 된 이유부터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루게 된 심경 등 다양한 이야기를 꺼내놨다.


■“노개런티 출연·투자 이유? 할 만했어요”

‘아들의 이름으로’는 1980년 5월 광주에 있었던 오채근(안성기)이 아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반성 없는 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는 이 작품에 노개런티로 출연하는 것도 모자라 공동투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유는 단순해요. 시나리오를 보니 할 만 했거든요. 이야기와 주제가 무겁지만 드라마로서 완성도가 있어서 주저없이 참여했죠. 그러다 워낙 적은 예산이라 제가 이정국 감독에게 말려들어가서 투자까지 결정하게 됐어요. 하하. 사명감보다는 완성도를 위해서 한 거죠. 좋은 저예산 영화가 많이 있는데 외면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왔으니까요.”

영화 ‘아들의 이름으로’ 한 장면.


광주의 아픔을 스크린 위로 늦게 옮기는 것에 일종의 부채감도 있었다.

“전 그 당시 ‘바람 불어 좋은 날’이란 영화를 찍고 있었어요. 사건의 전말은 전혀 몰랐죠. 한참 후에야 그 진상을 알게 됐는데,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큰 아픔으로 남아있어서 더 안타까웠어요. 연기할 때에도 광주에 대한 미안함, 사죄, 반성 등 복합적인 감정을 섞어 넣으려고 노력했고요.”

당시 찍은 ‘바람 불어 좋은 날’이 한국영화사에서 사회적 리얼리즘 영화의 초시이자 뉴웨이브의 전조가 됐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었다.

“‘바람 불어 좋은 날’을 개봉할 수 없을 거라는 게 영화계 지배적인 의견이었어요. 바로 창고로 가리라 했거든요. 5.18 당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개봉을 했는데, 오히려 한국영화에 대한 희망을 많은 사람에게 줄 수 있었고, 전 더 탄탄한 배우의 길을 나아갈 수 있었죠.”


■“독립영화도 끌어안는 이유? 책임과 끌림으로”

그가 꾸준히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건 ‘연기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란다.

“운명처럼 시작했어요. 이것 외엔 뭘 해본 적도 없고, 할 수도 없고요. 매번 영화를 만날 때마다 새롭게 여행을 떠나는 느낌인데요. 그게 가장 큰 매력이에요. 64년의 원동력이라고 하면 그걸 꼽을 수 있겠네요.”

대작 뿐만 아니라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도 출연하며 ‘안성기 효과’를 톡톡히 보여준다.

“일종의 책임감과 끌림 때문에이요. 날 필요로 할 때 그 영화를 뿌리치지 못하는 것도 있고요. 하지만 일단 작품이 우선 좋아야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죠. 작품만 좋다면 어떤 여건이든, 출연하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봅니다.”

나이로 인해 배역의 영역이 좁아질 땐 약간 서운하기도 하다고.

“아쉽죠. ‘10년만 젊었어도 내가 할 수 있는데’라고 느껴지는 배역들도 많고요. 최민식이 연기한 ‘명량’(감독 김한민) 이순신 역은 특히나 그랬어요. 물론 김한민 감독의 신작 ‘한산’에서 제가 장수로 나오긴 하지만, 욕심은 나더라고요. 하하. 그래도 어차피 나이는 드는 거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나이들어도 할 수 있는 역이 있다고 생각해요.”

‘바른생활 사나이’로 참 순탄하고 모범적으로 걸어왔다. 그 비결을 물었다.

“배우가 꼭 바르게 살아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전 이렇게 사는 게 편안해요. 자연스럽게 사는 제 모습이죠. 제가 잘 걸어올 수 있었던 비결은,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서 그런 것 아닐까요? 어떤 변화가 와도 현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 생각 덕분에 지금까지 무난하게 이어올 수 있었나봐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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