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넉넉해진 佛, 접종인력 부족.. 소방관이 주사 놔준다
11일(현지 시각) 오후 파리 남부의 ‘포르트 드 베르사유’ 컨벤션센터. 서울로 치면 코엑스 같은 곳인데, 대형 백신 접종센터로 탈바꿈했다. 기자는 이날 오후 4시 49분 이곳에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 예방 백신을 맞기로 예약을 했다.
이 곳의 특징은 모든 접종 절차를 소방관들이 맡는다는 것이다. 4월부터 프랑스도 ‘백신 가뭄’이 해소돼 백신은 넉넉해진 반면 접종할 사람이 부족해졌다. 의료진은 거의 다 투입됐기 때문에 프랑스 정부가 궁리 끝에 파리소방대(BSPP) 대원 약 1500명을 투입하는 대형 접종센터를 만든 것이다. 접종을 맡은 소방관들은 미리 간호사들로부터 집중적으로 주사 놓는 훈련을 받았다.
이 곳이 6일 문을 열어 하루 2500명 이상 대규모로 접종할 거라는 소식을 듣고 지난 2일 수 차례 시도한 끝에 비교적 이른 날짜에 예약에 성공했다. 화이자와 모더나 중 한 가지를 선택하게 돼 있어 화이자를 골랐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혈전 부작용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55세 이상에만 접종이 권고돼 있다. 아예 고를 수 없게 돼 있었다.
예약된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듣던대로 안내부터 시작해 접종과 증명서 발급까지 모두 소방관들이 도맡았다. 신원을 확인하고 사전 문진표를 작성했다. 대기 시간은 채 5분도 걸리지 않았다. 서른살쯤 되어 보이는 소방관이 기자를 한쪽 접종 부스로 불렀다. 그는 평소 어느쪽 팔을 사용하는지 물었다. 기자가 오른손잡이라고 하자 그는 왼쪽 팔을 걷으라고 하더니 쑥 주사 바늘을 집어넣었다.
약간 뜨뜻하다는 정도의 느낌이 살짝 스치는 듯 했고 통증은 거의 없었다. 기자가 “안 아프네요”라고 하니까 그는 “아프다는 사람 거의 없어요”라며 씩 웃었다. 입구에 들어가서 접종 증명서를 받아 나올 때까지 모두 20분 걸렸다.
출구 앞에는 방명록이 비치돼 있었다. 백신을 맞고 나가는 사람들이 소방관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문구를 가득 적어놨다. 소방관이 접종한다고 해서 불안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접종을 마치고 밖에 나온 프랑스인들의 표정은 밝았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본토는 4월 이후 백신 접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 영국에 비해 다소 느릴뿐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프랑스는 10일까지 전국민의 27.1%인 1814만명이 한 차례 이상 접종을 마쳤고, 그중 851만명은 2차 접종까지 완료했다. 75세 이상은 77.6%, 65~74세는 71.4%가 한 차례 이상 맞았다. 기자가 접종한 ‘포르트 드 베르사유' 컨벤션센터가 6일 접종을 개시한 덕분에 이날 하루 접종자가 처음으로 60만명을 돌파했다.
10일까지 프랑스에서 접종된 백신을 제조사별로 나눠보면 화이자 75%, 아스트라제네카 16%, 모더나 8.5%다. 얀센이 극소수 있다. EU가 6월에 끝나는 아스트라제네카와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여름부터 EU 회원국 국민은 대부분 화이나 또는 모더나를 맞게 될 전망이다. 전체적인 접종 속도는 영국이 전국민의 52.3%가 한 차례 이상 접종해 이 비율이 평균 28.4%인 EU 회원국들보다 빠르다. 다만 영국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를 접종한 사람 비율이 EU에 비해 훨씬 높다.
프랑스에서 10일까지 화이자 1961만회분, 모더나 222만회분이 접종됐는데, 프랑스 정부는 6월 20일까지 화이자 3921만회분, 모더나 473만회분을 접종할 예정이다. 이 정도 목표치는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게 보건당국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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