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승 골프칼럼] (41) 이런 골프장 찾습니다

입력 2021. 5. 1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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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골프대회를 성황리에 치르고 있는 해외 골프장.

공식 핸디캡을 모르는 골퍼

한국의 골퍼들은 대부분 자기의 정확한 핸디캡을 모른다. 시간에 쫓기면서 명랑골프를 쳐야 하는 상황에서 골프룰을 정확하게 적용하기 어려우므로 핸디캡 계산에 필요한 유효 스코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홀아웃을 하지 않고, OB티를 사용하고, 나쁜 라이의 볼을 터치하고, 드롭 위치를 잘 못 정하는 등의 플레이 스타일을 감안하면 진짜 점수를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레프리인 필자의 의견으로는 그날 점수에 최소한 5타 이상을 더해야 진짜 점수와 비슷해 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룰대로 치면 몇 타나 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골퍼들을 위해서 정식으로 코스 세팅을 하고 충분한 플레이 시간을 제공하는 골프장이 나타나면 큰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 시간 단축에 올인하는 골프장

골프장은 제한된 시간 안에 더 많은 내장객을 받아서 수익을 극대화하는 사업이다. 라운드 당 플레이 시간을 단축할수록 이익이 많아지는 특성상 골프장의 수익 극대화는 플레이 시간 단축에 달려있다. 9홀의 플레이 목표시간을 1시간 50분으로 정해서 홀별 소요시간을 카트에 붙여 놓은 골프장들도 있다. 4인 플레이에서 18홀을 3시간 40분에 끝내 달라는 골프장의 요구는 골퍼들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골프장 경영자들은 수익 극대화 수단이 플레이 시간 단축 밖에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볼 것을 제안한다. 유능한 경영자라면 소비자의 저항을 피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공신력 있는 스코어

진지한 골퍼들이 룰과 에티켓을을 지키며 플레이 할 수 있는 시간인 4시간 20분을 보장하고, 룰 해석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캐디에게 정확한 룰 교육을 시켜서 룰대로 점수를 기록하고, 경기과에는 레프리 수준의 룰 해석이 가능한 직원이 상주하고 있어서 룰 분쟁을 해결해 주는 골프장이면 이상적이다. 이 골프장에서 기록된 스코어는 저절로 공신력이 생길 것이고, 골퍼끼리 그 스코어를 기준으로 실력을 비교하면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대한골프협회의 GHIN 넘버에 그 스코어를 입력하여 세계적으로 공인 받는 핸디캡을 보유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런 골프장이 나타나면 진지한 골퍼들의 사랑을 받는 신흥 명문 골프장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골프장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골퍼들은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므로 그린피가 조금 더 비싼 것을 감수해야 한다.

진짜 골프대회 개최

우리나라 골프장들은 이름 만 골프클럽이지 클럽문화가 없다. 그래서 골퍼들이 정식 대회에 참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다. 회원제 골프장의 회원이나 대중 골프장의 인터넷 회원들을 위해서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스트로크 플레이 월례대회를 개최하여 프로대회와 비슷한 수준의 대회 참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주 저렴한 상징적인 상품도 준비할 수 있는데 그린피 이외에 약간의 참가비를 받으면 골프장의 수익에 큰 손실이 없이 진행할 수 있는 행사이다. 대회 때에는 정식 레프리들이 초청되어 로컬룰을 만들고 진행을 도울 수 있다.

공식 핸디캡도 없는 골퍼들을 모아서 시합을 개최해 주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다. 그러나 생애 처음으로 공식 대회에 참가해 보는 골퍼들에게 진정한 골퍼의 느낌을 선사할 수 있다고 상상하면 할 만한 가치가 있는 모험이다. 필자의 경험으로 보아 대회 라운드 시간이 5시간 30분을 넘길 것이고 작은 해프닝들이 생길 것으로 예상하지만 대회가 반복되면서 개선될 수 있다. 대회가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아 간다면 골퍼들이 줄 서서 기다릴 것이고, 작은 스폰서들이 나타날 수도 있다. 시합을 경험해 보고 공식 핸디캡을 받은 골퍼들은 두고 두고 그 골프장을 기억하고 감사하게 될 것이다.

현명한 골프장 경영자

현재는 골프장 사업이 호황이고 티타임 만 있으면 수입이 보장되지만 언젠가 전세가 역전되어 골퍼가 골프장을 골라 다니는 시절이 오면, 골퍼들은 자기를 제대로 된 골퍼로 교육 시켜준 골프장을 다시 찾아갈 것이다. 그래서 미리 차별화 전략을 실행한 골프장들이 강자로 떠오를 것이 틀림없다. 그런 골프장은 한국 골프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 큰 기여를 했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시장 환경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책을 찾는 현명한 골프장 경영자가 나타나서 골퍼들이 기다리는 골프장을 제공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우선 각 도 마다 한군데 라도 이런 골프장이 나타날 것을 기다린다. 이런 골프장이 나타나면 필자와 동료 레프리들이 앞서서 최선의 도움을 줄 준비가 되어있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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