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전성시대 편지는 죽지 않는다 [우정이야기]

2021. 5. 12.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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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뉴스레터 전성시대다. 언론사들은 종이신문을 잘 보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기사를 선별하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 뉴스레터를 만들어 보낸다. e메일 발송이란 수단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보니 직장에 다니면서 사이드 프로젝트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발굴해 뉴스레터를 보내는 사람도 많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수년 전까지만 해도 e메일 구독으로 이용자를 끌어들인다는 발상은 고루한 것으로 여겨졌다. 유튜브의 폭발적인 성장에 압도돼 이용자들이 영상 매체로만 모여들고 있다고 착각했던 것 같기도 하다.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라디오가 죽지 않았고, 유튜브 전성시대에 팟캐스트와 오디오북이 여전히 각광받는 것을 보면 소통 수단의 효용가치는 언제든지 재발견될 수 있는 것 같다.

내 메일함으로 들어오는 편지는 다른 매체와는 달리 사적이고 친근한 느낌을 준다. 개인 맞춤형으로 편지를 보내주는 시도는 봉사 차원에서나 상업적으로나 계속 이어져 왔다. 놀랍게도, 우체국을 통해 손에 잡히는 편지봉투에 편지를 담아 보내주는 서비스가 요즘에도 존재한다.

우선 1999년의 사례를 보자. 그해 경향신문에는 ‘편지쓰는 사람들’이란 모임이 소개됐다. 이 모임을 만든 사람은 당시 서른한 살이던 강지원씨. 대학을 졸업하고 미술학원 일과 글쓰기를 병행했으나 서른 살이 되면서 일상에 매너리즘을 느꼈다고 한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삶인가’ 번민하던 그는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의 식당 일을 도우며 지냈다.

고향에서 이웃들의 고달픈 삶과 외로움을 알게 된 그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편지쓰기가 좋은 수단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낸다. 우선 우체국에 사서함부터 개설했다. 그리고 조그만 잡지에 광고를 실었다. “어느 날 문득 누군가로부터 마음이 따뜻해지는 편지를 받고 싶지 않으세요? 원하시는 분은 먼저 신청편지를 보내주세요.”

한달 동안 100여통의 편지가 왔다. 처음에 혼자 답장을 보내던 강씨는 편지를 쓰는 일이 힘에 부치기 시작하자 답장을 써줄 사람을 모집했다. 학생, 직장인, 주부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알음알음 모으면서 모임이 형성됐다. 신문에 소개된 당시 이들은 한달에 대략 500통의 편지를 보낸다고 했다. 편지를 받아보는 사람 다수가 재소자였다고 한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를 통해 신청을 받아 편지를 보내주는 문화가 존재한다. 이른바 ‘편지 커미션’으로, 보통 개인이 유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개 다이렉트메시지(DM) 등 온라인 수단으로 신청을 받아 손편지 답장을 써서 우편으로 보내주는데 콘셉트도 가지가지다. 일상 넋두리에 정성스레 답을 해주는가 하면, 좋아하는 픽션물의 주인공인 척 편지를 써주기도 한다. 개성이 담긴 독특한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사용하는 것은 필수이고, 간식이나 꽃 같은 작은 선물과 함께 보내주기도 한다.

돈을 받지 않고, 각자 자신 있는 분야의 창작물을 만들어 교환하는 때(연성교환)도 있는데, 이 방식으로 편지를 주고받는 이들도 눈에 띈다. “오늘 드디어 편지 커미션이 도착하는 날이에요!” 트위터에서는 편지를 기다리는 이들의 기대감이 담긴 이런 트윗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미랑 뉴콘텐츠팀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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