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소중한 너 [시네프리뷰]

2021. 5. 12. 08:1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상호보완적 소통이 꿈꾸는 따뜻한 세상
[주간경향]

제목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제작연도 2021
제작국 한국
상영시간 100분
장르 드라마
감독 이창원, 권성모
출연 진구, 정서연, 강신일, 장혜진, 박예니, 김태훈
개봉 2021년 5월 12일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주)파인스토리


자칭 연예기획사 대표인 재식(진구 분). 현실은 승합차에 연예인을 꿈꾸는 젊은 여성들을 태우고 전국 이곳저곳의 장터나 행사장을 떠돌며 도우미를 제공하는 비루한 신세다. 어느 날 함께 일하던 지영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달되고, 그에게 받을 빚이 있던 재식은 무작정 그의 집을 찾아간다. 지저분한 집안에서 지영이 홀로 키우던 딸 은혜(정서연 분)를 발견한 재식은 은혜가 보지도 듣지도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때마침 찾아온 집주인(장혜진 분)에게 얼마 남지 않은 계약기간이 지나면 전세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식은 은혜의 친부 행세를 해 돈을 손에 넣기로 계획한다. 하지만 세상과 전혀 소통할 수 없는 은혜와의 동거는 막막하기만 하고 금전적 압박은 하루하루 커져만 간다.

영화의 시작은 2008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 신문기사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청각중복장애 아동과 관련한 교육대책에 대한 실태조사와 교육정책 수립을 교육부 장관에게 권고했다는 기사가 실린다. 이를 본 이창원 감독은 복지의 사각지대에서 소통 장애에 놓인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됐고,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체계적으로 정리된 자료를 찾을 수가 없었고, 국립도서관에서 시청각장애를 언급한 모든 자료를 탐색하며 6개월여간 시청각장애에 대해 독학을 한다. 그렇게 〈내겐 너무 소중한 너〉의 기획이 시작됐다.

잔재미에 현혹되지 않는 관계의 기적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한마디로 ‘착한 영화’다. 일단 우리 주변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주목하는 시선이 그렇다. 2011년 영화진흥위원회 기획개발 최종 지원작으로 선정되면서 시나리오의 초고가 완성됐다.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다방면의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했지만, 시청각장애 자체에 대한 사회적 무지와 상업성의 한계에 대한 염려와 방향전환의 권유만 되돌아왔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각색 작업을 거듭하며 시청각장애인이 겪는 소통 장애의 고통을 알려야겠다는 제작진의 사명감은 더욱 곤고해졌단다.

그러나 영화의 진심을 확신하게 하는 것은 힘겨운 제작 배경보다 영화 자체가 취하고 있는 자세다. 작품 내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행여 발생할 수 있는 오해나 편견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극단적인 사건이나 자극적인 화면을 자제하고 최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넣으려 애쓴 배려와 노력이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이런 영화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나약하게 보이게끔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명쾌한 이야기와 감정적으로 풍성한 영상을 선호하는 요즘의 관객들에게는 상당히 밋밋하고 매력 없게 읽힐 가능성도 크다. 또 현실을 너무 낙천적으로만 묘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겠다.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하고 소박한 바람

큰 규모의 작품이 아님에도 2명의 감독이 공동연출한 배경이 흥미롭다. 작품의 출발은 이창원 감독에서 시작됐지만 13년이란 긴 제작과정을 거치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감독의 연출이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원칙은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감독 스스로가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도 있었고, 한 개인의 단편적 감성이 진실을 전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앞선 단편영화를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 권성모 감독이 함께하며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서로의 역할을 크게 구분해 분담한 것은 아니고 작품을 구성하는 작은 부분까지 함께 의논하고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배우들의 연기도 따뜻하다. 늘 건실한 이미지의 진구 역시 극을 단단히 이끌고, 특별히 시청각장애란 쉽지 않은 연기를 해낸 정서연의 연기는 대견함 그 자체다. 어른들을 흉내 내는 듯한 부담스러운 연기가 아닌 아이의 순수함이 녹아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한없이 사랑스럽다.

상업주의가 팽배한 요즘의 제작환경 속에서 이런 영화가 제작을 완료하고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됐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조금은 미흡하고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지만, 간만에 선한 기운으로 치유 받은 영화를 만났다.

특별한 장애를 다룬 특별한 작품들

(주)파인스토리


시각과 청각 장애를 한꺼번에 겪는 시청각장애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빈도가 낮은 경우이다 보니 전문기관이나 전문가도 거의 없다. 이와 더불어 이들에 대한 교육이나 복지에 관한 처우 또한 크게 열악한 상황이다.

영화 속에서 역시 시청각장애가 등장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100년이 훌쩍 넘는 영화역사에 있어서 시청각장애를 다룬 작품은 단편과 다큐멘터리를 통틀어 대략 20여편에 불과하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1962년 아서 펜 감독이 연출한 〈미라클 워커〉. 시각과 청각 중복 장애인으로서는 최초로 인문계 학사 학위를 받은 헬렌 켈러(Helen Adams Keller)와 스승인 앤 설리번의 실화를 다룬 이 작품은 1959년 발표된 윌리엄 깁슨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영화화했다. 196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앤 밴크로프트와 패티 듀크의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동반 수상도 큰 화제를 모았다. 1979년에는 〈눈물겨운 기적〉, 2000년에는 〈헬렌 켈러의 위대한 스승, 애니 설리번〉이란 제목의 TV영화로 다시 제작되기도 했다.

2005년 제작된 비슷한 소재의 인도영화 〈블랙〉은 사실상 〈미라클 워커〉의 비공식 리메이크란 평가를 받기도 하는 작품이다. 작정한 듯 과장된 멜로드라마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설리번 선생은 중년의 남성 교사로 대체되고 최루성 신파의 농도는 거북할 정도로 짙어진다. 한국에서도 재개봉이 될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 터키에서는 2013년에 〈내 세상〉이란 제목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프랑스영화 〈마리 이야기: 손끝의 기적〉(2014) 역시 작은 수녀원을 배경으로 빛도, 소리도 없는 세상에 갇힌 마리와 그를 돕는 수녀 마거릿의 깊은 교감을 그려낸 작품이다.


최원균 무비가이더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

인기 무료만화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