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롱이-선과 악이 공존하는 개성적인 캐릭터 [만화로 본 세상]

2021. 5. 12. 08:0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간경향]
네이버웹툰 〈도롱이〉(사이사 지음)가 72화로 완결됐다. 최종화에 달린 댓글 대부분이 일관된 만듦새에 대한, 또한 이야기의 깊이와 생각거리에 대한 찬사다. “용두용미”, “짙은 여운”과 같은 독자들의 표현에 진심으로 동의한다. 나도 할 수만 있다면 〈도롱이〉에 온갖 상을 다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마음을 이 글에서 풀어본다.

<도롱이>의 한 장면 / 네이버웹툰 제공


먼저 각본상과 연출상. 만화지만, 아카데미 영화상처럼 분야를 분할해 상을 줄 수 있다면 이 두 상은 꼭 주고 싶다. 재미와 의미가 더할 나위 없이 어우러진 이야기다. 논쟁적인 생각거리와 만화적 해답이 과정과 결과 모두를 통해 제시된다. 이런 깊은 이야기를 한장면 한장면 와닿도록 표현한 연출도 상찬해야 한다. 선과 악이 한 인물에 공존하고 있음을 그려낸 흑과 백의 연출을 비롯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오롯이 담아낸 연출이 가득하다.

이어서 인간주연상은 권삼복, 동물주연상은 도롱이다. 삼복은 이무기를 도륙하고 양식해 고기와 약재로 팔며 부를 축적한 백정 가문의 딸이다. 병약했던 오빠 삼오와 달리 근육질에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을 지닌, 그러면서도 정의감과 결단력도 갖춘 개성적 인물이다. 990세 자연산 이무기를 만나 도롱이라는 이름을 주고 사이가 깊어지면서부터는 자신의 가문과 세계의 운명을 되돌아보게 돼 입체적인 면모까지 얻는다. 가해자 주인공이라는 모순을 짊어진 이 인물에는 세상사의 복잡성과 그것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 새겨져 있다. 도롱이는 백정 가문을 혐오하면서도 삼복을 끝까지 지켜보며 세계의 치유를 희망하는 캐릭터다. 자신을 알고 타인을 존중하며 참을 추구하는 도롱이는 힘이 없기에 오히려 그가 담고 있는 가치에 대해 사유할 틈을 내준다. 가해자 주인공과 피해자 주인공이 협력해 세계의 모순을 타파하는 이야기의 중심축으로서, 두 주연은 여러 목소리를 대변하고 연상시키되 대표하지 않으며 독자에게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강철에게도 상을 주어야 한다. 콘타고니스트상이라 칭하는 것이 적절하겠다. 콘타고니스트는 궁극의 대적자인 안타고니스트와 달리 표면적으로 드러나 서사를 추동하는 적을 칭하는 말이다.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서 괴물이 최종의 적이 아니듯, 강철도 마찬가지다.

〈도롱이〉는 강철을 통해 진정으로 타파해야 할 것을 감추며 드러낸다. 그 과정에서 ‘생존자’, ‘피해자’, ‘유족’으로서의 강철은 백정 가문의 업보를 정화하려는 불꽃으로 삼복과 대치한다. 또한 용이 돼 세계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도롱이와 달리 “죄인들에게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으로 균형을 찾고자 한다. 삼복과 도롱이에 논박하는 강철의 말은 울림이 크다. 그의 행동도 그렇다. 같은 생존자인 도롱이 앞에서 흘리는 눈물과 원수의 자손 삼복과 삼오 앞에서 표출하는 분노는 뜨거운 설득력을 지닌다. 웹툰 역사상 가장 인상적인 ‘적’이라 할 만하다.

없는 상까지 만들어내 〈도롱이〉에 바쳤지만, 이것으로 끝낼 일은 아니다. 상은 말하자면 용을 용이라 인정하는 의미다. 허락해준다면 승천하는 용 위에 올라타 그 너머로 향하고 싶다. 인간과 세계에 던져진 〈도롱이〉의 품위 있고 진지한 질문, 그것에 대한 답을 독자들과 함께 궁리하고 싶다는 말이다. 궁리의 첫걸음은 만남일 터, 이 놀라운 작품을 만나보길 모두에게 강권한다.

조익상 만화평론가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

인기 무료만화

©주간경향 (weekly.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주간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