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밸레이더] 구글·애플·인텔·아마존이 뭉쳐 반도체 로비 단체 만들었다

실리콘밸리/김성민 특파원 입력 2021. 5. 12. 07:44 수정 2021. 5. 12.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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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밸레이더]
정부 보조금 위해 뭉친 테크 기업들
삼성전자한테 다가오는 선택의 시간
지난 4월 12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해 이야기하며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AP

◇오늘의 테크 픽=보조금 따내려 뭉친 테크기업들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이 벌어진 가운데 미국의 테크 기업들이 뭉쳤습니다. 미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자금을 타내기 위한 ‘로비 연합체’를 구성한 것입니다.

11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와 로이터 등 외신은 인텔엔비디아, 퀄컴 등 칩 제조업체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이 칩을 구입해 사용하는 테크 기업이 모여 새로운 그룹인 ‘미국 반도체 연합(Semiconductors in America Coalition)을 결성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연합에는 통신업체인 AT&T와 버라이즌뿐만 아니라, 시스코, HPE(휴렛 팩커드 엔터프라이즈)도 참여했습니다.

이 기업들이 한 연합체로 뭉친 것은 이례적입니다. 뉴욕타임스는 “기업들이 반도체 연합을 통해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고 반도체 연구와 제조를 추진하려는 목적”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함께 뭉쳐서 정부 보조금을 따내기 위한 임시 단체인 것입니다. 로이터는 더 노골적으로 표현했습니다.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을 요구하는 로비 그룹”이라고 했습니다.

반도체 웨이퍼 /TSMC

이들이 노리는 것은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발표한 2조3000억달러(2500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 중 반도체 분야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500억달러(56조원)입니다. 존 뉴퍼 미 반도체 산업협회 회장은 “미국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리더들과 워싱턴의 정책결정자들은 미국의 현재와 미래에 반도체의 역할이 필수적임을 공통 인식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투자될 500억달러를 얻기 위해 미 테크 기업들이 뭉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현재 가장 극심한 부족 현상을 보이는 차량용 반도체로 지원이 집중될까 우려하는 것입니다.

현재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미국 포드자동차는 2분기 생산 물량이 계획 대비 50%까지 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미 정부의 반도체 지원금도 여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다른 테크 기업들도 반도체 부족 현상을 겪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올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부족 문제가 2분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아이패드와 맥 컴퓨터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이로 인해 차질을 빚게 될 2분기 매출이 30억~4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연합로이터

이에 이들은 로비 그룹을 만들어 정부의 반도체 지원 예산이 자동차용 반도체로만 가지 않도록 견제하는 것입니다. 로이터는 “이 단체가 현재 반도체 부족에 따른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산업계가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개입을 삼가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실 현재 극심한 부족 현상을 빚는 자동차용 반도체는 기술 수준으로만 보면 낮은 수준의 칩입니다. 당초 자동차용 반도체가 부족한 이유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자동차 판매는 줄고 태블릿 PC 등 IT 전자 기기가 늘어나자 반도체 기업들이 차량용 반도체 생산 라인을 다른 IT 기기용 칩 생산으로 돌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백신 등의 영향으로 차량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칩 부족 현상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죠.

이 때문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현재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하다고 모든 투자를 차량용 반도체에 집중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봅니다. 앞으로 미래 사회에 중요한 반도체는 AI(인공지능) 기능을 탑재한 높은 수준의 반도체이기 때문입니다.

어찌됐건 한동안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과 기업들의 투자 확대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오는 20일 삼성전자와 인텔, 대만의 TSMC 등과 화상회의를 갖고 반도체와 공급망에 대해 대화를 할 예정입니다. 지난 4월 비슷한 회의를 했는데 이번에 2차로 다시 하는 겁니다. 지금껏 미국 내 투자를 저울질하던 한국의 삼성전자한테도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의 테크 플로우

11일(현지시각) 나스닥(-0.09%)은 다우30(-1.36%)이나 S&P500(-0.87%)보다 낙폭이 적었습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면서 다우존스와 S&P500 지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나스닥도 이날 오전엔 전날보다 2.2% 하락한 수준에 머물다 오후 들어 넷플릭스(+1.72%)와 아마존(+1.05%), 트위터(+2.07%) 등이 상승하며 낙폭을 0.09%로 줄였습니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들의 주식을 내다팔던 투자자들이 기술주의 가격이 많이 떨어지자 다시 사모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테크 기업들의 주가는 혼조세입니다. 구글의 알파벳과 애플은 이날 각각 0.95%, 0.74% 하락했습니다. 테슬라(-1.88%), 마이크로소프트(-0.38%)도 하락했습니다. 반면 엔비디아(+0.28%), 페이스북(+0.18%), AMD(+1.11%) 등은 주가가 전날보다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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