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인사들 "돈 더 풀겠다" vs 투자 거물들 "시장 미쳤다"
브레이너드 "완화 정책에 인내심 가져야"
주요 연은 총재들도 "금리 낮게 유지해야"
헤지펀드 전설들, 연준發 증시 거품 경고
달리오 "많은 돈 유입돼 거품 양산 우려"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는데 인내심을 가져야 합니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방준비제도 이사)
“시장이 완전히 광기에 빠져 있습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 뒤켄패밀리오피스 회장)
미국 월가에서 인플레이션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소방수’를 자처한 연준은 인플레이션 공포가 시장을 덮치는 와중에도 돈 풀기 정책을 이어갈 뜻을 분명히 하고 있고, 이에 다수의 투자 거물들은 연준이 정책 전환을 모색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월가의 인플레이션 변수는 푸후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자산시장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브레이너드 “미국 경제 아직 불확실”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기자협회(SABEW) 컨퍼런스에서 “미국 경제의 회복이 탄력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성이 높다”며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바이든 정부의 초대 재무장관 하마평에 올랐을 정도로 실세로 거론된다. 유력한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에도 들어 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최근 고용 쇼크를 두고 “경제 회복이 과정이 평탄하지 않다”며 “앞으로 예측 역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바이든 정부의 부양책에 따라 늘어난 개인 저축이 소비를 늘릴 것이라는 예상은) 그렇게 뚜렷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전망보다는 결과에 기초한 통화정책이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장밋빛 경제 전망에 맞춰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기 보다는 일단 돈 풀기 정책을 유지하며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강력한 재정 지원이 (인플레이션을 올리는 방향으로) 올해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면서도 “정부 지원이 없다면 내년 성장은 상대적으로 더뎌질 것”이라고 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또 “물가 상승이 대부분 일시적일 것임을 시사하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다”며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기업들은 마진을 줄이고 자동화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춰 경쟁사들과 경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뿐만 아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통화와 재정 지원으로 인플레이션에 일부 상방 리스크가 있다”면서도 “아직은 통화정책 지원을 철회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을 바꾸는 전제로 제롬 파월 의장이 내세우고 있는 ‘상당한 추가 진전’에 대해 “거기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미국 경제가 탄탄한 회복 경로를 가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며 “연준이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때”라고 진단했다.
‘거품’ 경고한 드러켄밀러와 달리오
그러나 월가를 주름 잡는 투자 거물들의 진단은 전혀 달랐다. 헤지펀드 전설로 불리는 드러켄밀러 뒤켄패밀리오피스 회장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시장이 번창하고 경제가 호황인데도 연준이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수조달러의 채권을 사겠다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위험하다”며 “연준이 달러화의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동시에 경제 상황과 이렇게 어긋났던 것은 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과도한 부채와 적자를 야기하는 정책은 전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의 지위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는 데도 연준이 계속 돈을 푸는 것은 인플레이션 부작용을 넘어 달러화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세계 어디서든 거래 수단과 가치 저장소로 인정 받고 전세계 중앙은행이 준비통화로 보유하는 달러화의 힘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부채를 화폐화하고 점차 더 많이 지출할 경우 향후 15년 안에 기축통화 지위를 잃고 그로 인해 생긴 모든 혜택을 처음으로 잃게 될 수 있다는 게 걱정”이라고 했다.
드러켄밀러는 또 “모든 자산에서 거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며 “시장이 완전히 광기에 빠져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를 창립한 레이 달리오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주최 행사에서 “너무 많은 돈이 경제에 유입돼 거품을 양산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달리오는 “너무 많은 돈을 투입했으나 거기에 맞춰 긴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거품이 있는데, 우리는 지금 이런 형태의 거품에 있다”며 현재 증시는 과열돼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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