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마이웨이' 하나.. '임·박·노' 밀어붙이는 文

이도형 입력 2021. 5. 12. 06:05 수정 2021. 5. 12. 07:5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文 "14일까지 청문보고서 재송부"
임명 강행 수순 속 與野 협의 변수
野 "文 불통 선언.. 與 선택만 남아"
친문 "결정적인 하자는 없다" 옹호
5선 이상민 "임·박 임명 철회" 요구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제20회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했다.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세 후보자 임명 수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재송부 기한으로 정해진 오는 14일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신임 지도부의 간담회가 예정돼있어 여야 합의 불발시 이 자리에서 최종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날도 임명철회 요구 등 공개 반발이 잇따르면서 당 지도부 고심은 깊어졌다. 4·7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당 주도 당청 관계를 내세운 ‘송영길 체제’가 문 대통령 임기말 당청 관계를 새롭게 정립할 첫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이 세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를 14일까지 송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재송부 기한 다음 날부터 장관 임명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이 재송부 결정을 내리면서 임명 강행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명 강행을 위한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윤희석 대변인 논평을 통해 “남은 1년도 눈과 귀를 막고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면서 “이제 민주당의 선택만 남았다”고 반발했다.
(왼쪽부터)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예전과 달리 장기간 국회 논의 시간을 준 것을 놓고 여야 협의 가능성을 의식한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등 복잡한 국회 상황이 얽혀있는 만큼 여야가 자체적으로 정리할 시간을 준 것이란 해석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월 국회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자 재송부 기간을 단 하루(요청일 제외)로 지정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세 후보자에 대한 여론과 당내 분위기를 의식한 듯 “검증 절차가 계속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막판 대야 압박과 설득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현 상황에서 단독으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기는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임, 박 두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은 물론 정의당도 반대하고 있다.

특히 당내 여론이 ‘사수파’와 ‘낙마파’로 엇갈리면서 내분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이는 상황이다. 친문(친문재인) 전재수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나라를 위해 일할 기회를 완전히 박탈해 버릴 만한 결정적인 어떤 하자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옹호했다.

반면 5선 이상민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임, 박 두 후보의 임명 철회를 공개 요구했다. 이재명계인 김병욱 의원도 당대표·재선의원 비공개 간담회에서 “당 지도부가 대통령과는 별개로 결단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입장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 정부가 야당 반대에도 29명의 청인사청문 대상자를 강행 처리하고, 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뒷받침했던 4·7 재보선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기류다. 문 대통령 임기말 당청 간 갈등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연합뉴스
◆쇄신 시험대 오른 ‘송영길 리더십’… 당청 관계 분수령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국회에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했지만 여당 내에서조차 임, 박 후보자에 대한 공개 반대가 분출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취임 열흘여 만에 큰 숙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청와대의 임명 강행 태세와는 대조적으로 여당 내 기류가 복잡해지면서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3인의 거취 문제가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깊어지는 당 지도부 고심…“지도부가 결단 내려라” 목소리 커져

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인사청문보고서 단독채택 시 불거질 정치적 부담이 우려스럽고, 청와대에 후보자 낙마를 건의하기에는 임기 말 당청 갈등이 새롭게 부상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원팀 기조가 흔들릴 경우 내년 대선 준비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송영길 대표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과 관련,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광화문포럼에 참석해 “어제가 문 대통령 취임 4주년이었다. 기자회견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쇄신의 시험대가 된 임·박·노 후보자 3인의 거취 문제와 관련한 고심을 드러낸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초 일부 후보자 낙마 건의를 검토하던 민주당 지도부는 전날 청와대의 완강한 기류를 확인한 후 한발 물러섰다. 특정 후보자 거취를 거명하기보다는 ‘여러 의견’을 모두 청와대에 전달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민주 재선 의원들, 지도부 결단 촉구 더불어민주당 재선 의원들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송영길 대표(뒷모습)와 간담회에서 송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이날 모임에서 일부 재선의원은 송 대표에게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문제를 당 지도부가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그러나 장관 후보자 3인방의 거취 문제를 둘러싼 당내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비주류인 5선의 이상민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소한 임혜숙 박준영 두 분은 민심에 크게 못 미치고 장관 임명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날 의총 후에도 당 지도부를 겨냥해 이들에 대한 임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재선의원들은 송 대표에게 장관 후보자 3인에 대해 당 지도부가 뚜렷한 결론을 내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송 대표와 재선 의원들의 비공개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조응천 의원은 “민주당에 ‘민주’가 없었다”며 “상임위 간사를 해 보니 주요 정책이 상임위 위주가 아니라 위에서 정해져서 내려오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전까지 청와대 요청에 따라간다면 대선에 플러스 요인이 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기구 의원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장관 후보자 거취와 관련해 “찬성하는 분들도 있고 국민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반대하는 분들도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의 전날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그것도 의견이 나뉜 부분이 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말씀하는 분도 있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며 “좀 더 우리 국민들 눈높이에서 민심의 귀를 더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밝혔다.

◆일각선 “결정적인 결격 사유 없어”

당내에서는 여전히 친문(친문재인)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장관 후보자 3인 모두 결정적인 결격 사유는 없다는 목소리가 주류다. 청와대 농어업비서관 출신 신정훈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야당은 후보자들을 정략의 잣대로 낙인찍어 발목 잡는다”며 “도덕성 검증으로 포장된 인신공격이 타당한 검증 방식인지 묻는 이는 없다”고 비판했다. 김영배 최고위원도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이 결코 정쟁이나 발목잡기의 대상이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당내 입장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서 결국 송 대표의 결단을 기다리는 형국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일단 지도부는 최대한 야당을 설득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 시한이 대야 협상의 마지노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일부 후보자의 낙마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대해 “선거 이후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는 의견으로 개인적으로 받아들인다”며 “다양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고, 경청하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이날 재선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당내 강경파 의원들에게 개혁 등에 대한 속도 조절을 에둘러 주문하는 발언도 했다. 그는 “우리 의원들이 내는 법안 하나하나가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내기만 하면 뉴스가 된다. 집권당이기 때문”이라며 “법안도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숙성도를 높여서 세밀하게 챙겨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병도(왼쪽부터), 김성환 원내수석부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靑 강행 수순에… 野 “끝까지 마이웨이” 발끈

문재인 대통령이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박준영 해양수산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등 야당이 ‘부적격 3인방’으로 꼽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하자 국민의힘은 “남은 (임기) 1년도 눈과 귀를 막고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정의당 역시 임·박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거듭 촉구했다. 당분간 여야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윤희석 대변인은 11일 청와대가 국회에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한 뒤 구두논평을 내 “여당 의원들조차 지명철회를 요구하는데도 기어코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윤 대변인은 “실패한 정권의 마지막을 함께하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고백하는 편이 차라리 낫다”며 “더 나은 사람이 있어도 ‘코드’가 달라 쓰고 싶지 않은 것도 솔직히 사실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강민국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흠결 있는 장관 후보자들을 결코 낙마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고, 5년 임기 내내 ‘독선과 오만 정권’임을 스스로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며 “국민 10명 중 6명이 장관 후보자 임명 철회에 공감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온 상황인데, 기어코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건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 국민을 외면하는 대통령은 도대체 어느 나라 대통령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곳 바라보는 여야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오른쪽)와 국민의힘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1일 국회에서 회동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국민의힘은 연일 부적격 3인방에 대한 파상 공세를 이어갔다.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임·박·노 (후보자) 트리오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민과 야당의 목소리를 외면했다”며 “대통령의 오만이 나라를 이렇게 파탄지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도 “대통령은 즉각 ‘흠결 3인방’에 대한 임명을 철회하라”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힘이 이들 3인방의 거취를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 절차와 연계하고 있어 출구전략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민의힘의 한 원내 관계자는 “부적격 3인방 임명 강행 시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서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 처리를 협의했지만 양측 입장차가 커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코로나19 국난 위기 상황인 만큼 총리 자리를 하루라도 비워둘 수 없다”며 이날 중 본회의를 열어 인준안을 처리하자고 했으나, 국민의힘 김 권한대행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후에 이어진 회동에서도 진전이 없었다.

정의당은 문 대통령에게 임·박 후보자에 대한 지명철회를 재차 촉구하면서도 김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적격’ 의견을 내놓았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정의당은 김 후보자가 정책적으로 미흡한 부분이 있지만, 총리직을 수행하기에 큰 결격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박 후보자와 관련해선 “(문 대통령이 이들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이 정권과 여당의 오만을 증명하는 것이고, 국민들이 바라는 협치를 흔드는 행위라는 것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의당은 임·박 후보자를 ‘데스노트’에 올리는 한편, 노 후보자의 경우 청문보고서 채택 시 ‘부적격’ 의견을 명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도형·이우중·김주영 기자 scop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