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60/임병선 논설위원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틀째 기승을 부리던 황사가 물러간 지난 일요일, 좋은 저녁 공기를 마시자며 베란다 창문을 열던 딸이 놀라 엄마아빠를 찾았다.
바로 옆 동의 같은 층에 사는 선배네 집의 유리창에 '60'이란 숫자가 아로새겨져 있다.
숫자 크기가 80㎝는 족히 돼 보이는데 아들딸과 함께 환갑을 축하하는 것 같았다.
몇 년 전에는 언론계에 종사하는 대학 선배가 정년 퇴직 날 아들딸의 감사패를 받았다는 사실이 동문 산악회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틀째 기승을 부리던 황사가 물러간 지난 일요일, 좋은 저녁 공기를 마시자며 베란다 창문을 열던 딸이 놀라 엄마아빠를 찾았다. 바로 옆 동의 같은 층에 사는 선배네 집의 유리창에 ‘60’이란 숫자가 아로새겨져 있다. 숫자 크기가 80㎝는 족히 돼 보이는데 아들딸과 함께 환갑을 축하하는 것 같았다.
정탐하는 듯해 저어되면서도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었다. 부러움 반을 섞어 축하 문자를 보냈다. 그 선배는 “헐, 미안합니다. 내년 집사람 환갑 때까지 떼지 않는다고 아이들이 그럽니다. 허허”라고 답했다. 얼마 전 한 연구소의 세미나에 갔다가 우연히 마주친 예쁜 따님의 말일 것이라 짐작됐다. 몇 년 전에는 언론계에 종사하는 대학 선배가 정년 퇴직 날 아들딸의 감사패를 받았다는 사실이 동문 산악회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두 얘기를 묶어 해 줘도 우리 딸은 멀거니 먼 곳만 쳐다봤다.
구순 노모의 몸 상태가 하루가 달라 약 3주 만에 다시 광주를 다녀왔다. 바싹 마른 낙엽처럼 여위어만 가신다. 서울 올라오는 KTX 열차 안에서 접한 정호승의 시 ‘아버지들’ 한 구절이 뒤늦게 떠올랐다. ‘아버지는 아침 출근길 보도 위에/ 누가 버린 낡은 신발 한짝이다’ 우리 아버지도, 어머니도 크게 다르지 않다.
bsnim@seoul.co.kr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노소영 “부모님 말씀 잘 따르면 나처럼…母 ‘미안하다’ 사과”
- “여경 엉덩이 예뻐…만져보고 싶다” 男경찰들 카톡방 대화
- 일몰 보려다 바위로 추락…순식간에 붕괴된 LA별장(영상)
- “유전자는 인정한다”면서… 안 낳았다는 구미3세 친모
- 손정민씨 죽음의 진실, 마지막 퍼즐 조각만 남았다
- “왜 안 죽지” 칫솔에 락스 뿌린 아내...몰카로 찍은 남편
- 60대 가장의 죽음으로 밝혀진 중고차 매매사기단
- ‘소녀와 젊은 여성만’ 프랑스 ‘아르덴의 식인귀’ 옥중에서 사망
- 맹모‘성형’지교…성형수술 갈수록 어려지는 中 “부모들 유교적 통제 탓”
- ‘코로나 지옥’ 인도로 번진 털곰팡이…안구까지 제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