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수 개울이 갑자기 파란물로… 경북 봉화 태양광 공사 날벼락
식재 위치 표시용 색소 흘러
“무해” 주장하지만 주민 불안
지난 7일 경북 봉화군 재산면 현동2리 마을에 소동이 일었다. 소나기가 그친 뒤 마을을 지나는 개울물이 물감을 풀어놓은 듯 파랗게 물든 것이다. 이 개울물은 환경부에서 1급수 판정을 받아 지역 주민 일부가 식수원으로 쓰고 있다. 집 앞 개울물이 이상한 것을 발견한 주민 설형태(66)씨가 물길을 따라 상류로 향했고, 2㎞ 정도 떨어진 태양광 발전 시설 공사 현장에서 파란 물이 개울로 흘러드는 것을 목격했다.
놀란 주민들이 지난 8일 면사무소에 어떻게 된 일인지 물었고, 9일 봉화군청이 현장 조사에 나섰다. 봉화군과 태양광 업체에 따르면, 파란 물의 정체는 녹화 작업에 쓰이는 스프레이 용액이다.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봉화군청은 “흙더미가 무너져내리는 것을 막으려 업체가 공사 현장에 풀씨 등을 심었고, 그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이 용액을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11일 밝혔다. 이 업체는 지난 2월부터 1만6000㎡(약 5000평)에 1.4㎿(메가와트) 규모의 태양광 시설을 짓고 있다. 지반 다지기와 토목 공사를 마쳤고, 태양광 집광판 등은 설치되지 않은 상태다.
업체 측은 “액체 색소가 굳는 시간이 필요해 보통 비가 오면 작업을 하지 않는데, 지난 7일에는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개울로 흘러든 것 같다”고 해명했다. 업체가 봉화군에 제출한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검사 결과에서 해당 제품은 인체와 식물에 해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봉화군 관계자는 “농토에도 농약 살포 구역을 표시하기 위해 쓰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개울물은 나흘이 지난 11일에도 파란빛이 가시지 않은 상태다. 주민들은 “민물 가재가 살던 1급수가 순식간에 독극물로 변한 것 같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현동2리에 재산면과 인근 명호면에 물을 공급하는 취수원이 있는데, 개울물이 이곳으로 흘러들기 때문이다. 재산면과 명호면 일대에 사는 주민은 2000여 가구에 달한다. 주민들은 “아무리 무해하다고 해도 파랗게 물든 개울물을 그냥 마시란 얘기냐”며 “주민 회의를 열어 공사 중단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봉화군 관계자는 “현재 시료를 채취해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12일 살수차와 양수기 등을 동원해 개울물을 정화할 계획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 8시간 만에 檢 조사 종료…내일 조사 이어간다
- 검찰, ‘강남역 연인 살인’ 대학생에 사형 구형…“사형수로 평생 참회해야”
- 尹 “우크라 현대전 경험 100만 북한군에 적용하면 큰 안보 위협”
- ‘서울대 200만원 절도’ 노숙인, 알고 보니 12년간 사망자 신세…檢 기소유예
- “소문에 사고 사실에 팔았다”... 트럼프 미디어 주가 23% 폭락
- “은퇴 후 꿈 이뤘다”... 日 77세 도요타 퇴직자가 만든 전기차
- “윤석열 퇴진은 대한민국 민심의 기본값”... 현직 장학사 시국선언
- 태국군 ‘6·25 참전용사’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첫 안장
- 방에 갇혀 굶어 죽은 50대 여성, 몸무게 고작 20.5㎏… 가해 남편, 징역 2년
- “암에 특효약”... 무허가 세포 치료제로 111억원 번 일당 기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