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명의 워싱턴 리얼타임] 미군이 잡은 아라비아해의 쪽배에, 中·러 불법무기 수천점이…

미 국방부 브리핑은 전 세계를 종횡무진 언급한다. 요즘엔 사이버, 우주 공간까지 거론되는데, 10일(현지 시각) 브리핑에는 뜻밖에 ‘아라비아해의 쪽배’가 등장했다.

미 5함대가 아라비아해 해상에서 촬영해 공개한 무국적 선박의 모습. 5함대는 이 선박에 승선해서 불법 무기를 확보하기까지 이틀에 걸쳐 작전을 수행했다고 한다. /5함대 트위터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중부사령부 소속 해군이 아라비아해 북부 공공 해역을 지나던 무국적 다우선(Dhow船·아랍 연안에 흔한 선박 형태)에서 불법 무기를 압수했다”고 알렸다. 미 해군은 상선들의 자유로운 통항을 보호하고 테러 단체 등으로 가는 불법 화물을 차단하려 이 해역에서 정기 순찰을 돈다. 이때 선적 등록이 되지 않은 선박이 예멘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이틀간 감시해 붙잡았다는 것이다. 미 해군이 촬영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이 배는 말 그대로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는’ 허름한 배다. 하지만 미군이 갑판 밑에서 발견한 것은 수천 점이 넘는 러시아제, 중국제 무기였다.

미 5함대가 트위터에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순양함 몬테레이함 갑판은 압수한 무기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있다. 커비 대변인은 “중국제 56식 자동소총 수천 정, (러시아제) PKM 기관총 수백 정, 저격총, 대전차 로켓포, 고급 광학 조준기와 러시아산 대전차 미사일 수십 기를 (선내에서) 발견했다”고 밝혔다. 5함대가 “불법 화물(무기)을 들어내고 배가 계속 항해할 수 있는지 평가한 뒤 심문을 마친 선원들에게 식량과 물을 줘서 석방했다”고 밝힌 것을 보면 그만큼 낡은 선박인데, 그 안에서 엄청난 양의 무기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아라비아해를 운항하던 무국적 선박에서 압수된 중국 및 러시아제 무기가 미 해군의 순양함 몬테레이호에 펼쳐져 있다. /5함대 트위터

AP통신은 미 국방부 관료를 인용해 “선박의 출발지가 이란”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이 이슬람 시아파에 속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에 지원한 무기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이란에 판매한 무기를 이란이 다시 넘겼을 가능성도 있다. 커비 대변인은 “무기들이 어디서 왔고 얼마나 많은 손을 거쳤는지 조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 5함대가 중국·러시아제 무기란 사실을 공개한 데는 책임을 추궁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 중부사령부 소속 순양함 몬테레이함이 최근 아라비아해 북부 공공 해역에서 나포한 무국적 다우선(Dhow船·아랍 연안에 흔한 선박 형태)에서 압수한 러시아·중국제 무기들을 갑판에 진열해 놓은 모습. /AFP 연합뉴스

북한의 연루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북한은 이란과 오랫동안 군사 교류를 해왔고, 중동 일대에서 불법 무기 수출을 시도했던 전력이 있다. 미 정보 당국은 지난 2016년 수에즈운하를 지나던 선박에서 대전차 로켓포 3만정을 적발했는데, 이후 북한이 이집트에 불법 수출하려던 것으로 드러났다. 커비 대변인도 이날 “북한은 조사 대상에서 배제할 수 있는가”란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