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직필] 쫄지 마, 한국 경제

송기호 변호사 2021. 5. 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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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에서 삼성전자와 대만회사 TSMC를 참여시킨 반도체 화상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반도체 칩을 ‘현대의 사회기반시설’이라 불렀다. 미국이 취약한 반도체 공급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50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런데 그는 이 자리에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을 배석시켰다. 게다가 ‘중국 공산당이 세계 반도체 공급망을 지배하려고 한다’는 미국 의원들의 서한 구절을 직접 읽었다.

송기호 변호사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반도체에 기반한 국제분업에서 배제하려고 시도하는가? 그의 의도가 그렇다면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그 방식은 실패할 것이다. 그런데 미국의 의도가 과잉 확대 투영되는 한국에서 미국과 ‘반도체 백신 동맹’을 맺자는 조선일보의 1면 기사가 나왔다. 급기야 반도체산업 위기론까지 나왔다.

중국을 배제하려는 반도체 동맹이라면 실패할 것이다. 중국을 떼어낸 세계 반도체 생태계란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은 세계 반도체 소비의 60%를 차지한다. 당장 한국산 반도체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이다. 무역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작년 1월부터 7월까지 한국이 수출한 반도체의 41.1%가 중국으로 향했다. 홍콩까지 합하면 무려 61.9%이다. 그리고 중국에는 삼성, 인텔, TSMC, SKG 하이닉스 등의 반도체 생산 공장이 있어 세계 반도체 소재와 부품 소비의 30%를 수입한다.

반도체만이 아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서도 중국 배제는 실패할 것이다. 세계 경제는 미국이나 중국의 어느 한 나라가 좌우할 수 있는 단계를 지났다. 세계무역기구(WTO)가 낸 ‘전 지구적 부가가치 사슬 2019’ 보고서를 보면 전 지구적 부가가치 창조 사슬이 깊게 뿌리 내린 국제 경제 현실을 잘 알게 된다. WTO 자료에 의하면, 최종 조립 전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여러 나라에 걸쳐 생산되는 제품 비중이 국제무역의 3분의 2를 넘었다. 휴대전화와 자동차가 그 예이다. 국제무역에서조차 한 나라에서 완결적으로 제조하여 수출하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중국을 제외한 미·일의 생산 동맹이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테슬라는 작년에 상하이에 50억달러를 투자하여 첫 해외 공장을 중국에 지었다. ‘스태티스타’의 자료에 의하면, 미국 기업의 중국 직접 투자는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0년 이후 2011년만 단 한 차례 살짝 감소했을 뿐 지난 20년간 계속 증가했다. 10배가 늘었다.

한국 경제, 쫄 필요가 없다. 대신 국민경제의 잠재력을 높이는 개혁에 더 집중할 때이다. 미국과 중국에서 진행되는 혁신에 접근할 수 있는 범용성을 키우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위의 WTO 보고서가 확인하듯이, 중국의 경제 발전은 내부 혁신의 성과로 평가될 만큼 상당한 성숙 단계에 와 있다. 중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외국 기업을 규제한 결과만으로 볼 상황이 아니다. 유엔무역개발회의의 ‘투자동향 2020’ 보고서는 2020년에 중국이 유치한 전 세계 투자액이 미국을 능가했다고 지적하였다.

한국은 한국의 길을 가면 된다. 이제 세계 경제의 혁신은 전 지구적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나온다. 감염병, 기후 재앙, 재생에너지, 불평등, 노령화, 인공지능으로 인한 실업 등의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창의가 필요하다.

한국 국민경제의 활로는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하여 전 지구적 사회문제 해결에 모범적 혁신을 제공하는 데에 있다. 그 성공은 인류가 당면한 보편적 문제에 대한 깊은 공감능력을 가지고 창의성을 갖춘 사람에 달려 있다. 지금 국민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요구는 성숙한 사람의 교육이다. 특히 여성이 혁신에 참여하는 활력사회로 전환하는 데에도 필요하다. 공감능력과 창의성을 학교 졸업장이나 직장의 직위 계급보다 높이 평가하고 지속적으로 키워주는 사회로 가야 한다. 그럴 때 한국은 전 지구적 사회문제 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혁신을 내는 모범국가가 될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에 흔들리지 말자. 삼성이 3년간 154조원을 투자한다는 야심찬 계획은 중국 시장을 전제로 한다. 미국의 반도체 동맹은 미·일 동맹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 아닌 한국의 길을 제대로 가면 된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경제권이 매력을 느끼는 잠재력이 있다. 코로나19 진단 시약을 통한 국제적 기여와 시민의 방역 참여 시스템이 그 예이다.

참, 바이든 대통령에게 조언하자면 아베 전 일본 총리의 실패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 아베는 2019년 한국 반도체 제조에 타격을 주기 위하여 불화수소 등의 소재 수출을 규제했지만 오히려 일본 기업에 피해가 더 컸다.

송기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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