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노벨상 산실이라던 중이온가속기 '라온' 사업단, 올해 말 해체

조승한 기자 2021. 5. 1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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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세부이행계획안 공개..연내 첫 희귀동위원소 생성도 일정 빠듯
기초과학연구원(IBS)이 대전에 건설 중인 중이온가속기 ‘라온’ 조감도. IBS 제공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했던 한국형 중이온가속기 ‘라온’이 계획보다 6년 늦춰진 2027년까지 2단계에 걸쳐 완공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단계별 세부 계획이 처음 공개됐다. 계획에 따르면 라온은 올해 말까지 저에너지 가속구간의 건설과 시운전을 완료한다. 또 라온 구축 주체인 중이온가속기사업단은 1단계 완료와 함께 올해 말 해체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은 11일 ‘중이온가속기 구축사업 세부이행계획안 공청회’를 온라인으로 열고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세부이행계획안을 발표했다.

세부이행계획안에 따르면 라온은 저에너지 가속구간(SCL2)과 고에너지 가속구간(SCL3)으로 나눠 올해는 1단계로 SCL2 건설과 시운전을 완료하고, SCL3은 이후 6년에 걸친 2단계에서 연구개발(R&D)과 건설을 진행한다. 

2011년 기초과학 진흥을 위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시작된 중이온가속기 구축 사업은 여러 이유로 속도를 내지 못하며 지난 10년간 기본계획을 세 차례나 변경했다. 당초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잡았지만 2021년 말로 완공 시기가 미뤄졌고, 지난해 사업점검 전문가 태스크포스(TF)에서 진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올해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2027년으로 완공이 미뤄졌다. 

이번 세부이행계획안은 TF에서 지적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부 계획에 초점이 맞춰졌다. 1단계에서는 연말까지 SCL2 대부분을 완공하고, 일부는 시운전을 시작하기로 했다. SCL3은 2단계 사업으로 분리해 초도품 양산 R&D에 2년을 투입하고 이후 4년간은 본제품 구축에 주력한다.

올해 말까지 SCL2 구축과 시운전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기술인력과 시험설비 등 모든 자원을 최우선 배치하고, 월 1~2회 해외 전문가 자문을 받기로 했다. 10월 중 해외 가속기 전문가 검증단의 현장 점검도 진행된다. 이를 통해 저에너지 동위원소 가속장치(ISOL)로 희귀동위원소의 첫 생성도 시도할 계획이다.  

2단계에서는 2년간 초도품을 양산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선행 R&D에 86억 원을 투자하고, 이후에는 제작 예산을 추가로 요청해 구축에 돌입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라온 구축에는 총 1조5000억 원이 투입됐다. SCL3 완공에는 약 1327억 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 권면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장은 “1단계에서 사업비를 다 쓰지 못해 반납하는 액수를 추정하면 약 1000억 원 정도가 증액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온 구축을 위한 세부이행계획안이 나왔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6개월여라는 짧은 기간 안에 1단계 사업을 완료하는 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권 단장은 “제작과 설치 리스크는 줄었다고 확신한다”며 “가장 중요한 극저온시스템 초기 시운전을 빨리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그 일정에 따라서 리스크 대응 계획을 적절히 세워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업단은 1단계 진도율을 매주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중이온가속기구축사업단이 1단계가 끝나는 올해 말 해체된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2단계에서 진행되는 SCL2를 책임지고 진행할 주체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권 단장은 “(2단계 전) 선행 R&D는 사업이 아닌 IBS 기관고유사업이나 수탁사업으로 진행되는 만큼 규정상 사업단이 존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업단 해체 이후 가속기 운영 주체는 IBS 부설 기관이나 내부 조직 등을 놓고 여러 방안이 검토 중이다. 

권 단장은 “1단계 목표밖에 제시하지 못하는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10년간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개발한 작은 결과물이라도 일단 세상에 내 놓고 문제없이 작동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사업에 대한 여러 뒷말과 비판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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