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세 청년의 웹소설앱, 카카오가 5000억에 샀다

장형태 기자 2021. 5. 11. 22: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31세 이승윤 대표 인터뷰

“텍스트가 가진 힘을 믿고 한국 웹툰의 성공 방정식과 미국 할리우드식 제작법을 융합한 웹소설 플랫폼을 만든 게 제대로 통했습니다.”

2016년 미국에서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창업한 이승윤(31) 대표가 잭팟을 터뜨렸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래디쉬를 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11일 발표한 것이다. 한국인이 만든 스타트업으로는 올 들어 하이퍼커넥트(영상채팅·2조원)·지그재그(여성패션 플랫폼·1조원)에 이어 셋째로 큰 인수 규모다. 다만 최대주주인 이 대표의 지분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의 공유 오피스 '위워크'에서 만난 이승윤 래디쉬 대표는 "지금이 카카오와 손잡고 텍스트 기반의 스토리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할 적기라고 보고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래디쉬는 영문 웹소설 플랫폼. 미국 할리우드식 ‘집단 창작 시스템’과 한국 웹툰식 ‘먼저 보려면 유료, 기다리면 무료’ 모델을 결합해 급성장했다. 이 대표는 “줄거리만 짜는 PD, 메인 집필 작가, 보조 작가, 요약만 쓰는 작가로 세밀하게 분업화했다”며 “이런 방식으로 하루 5편을 무리 없이 연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 사태 1년을 거치며 유료 구독자가 크게 늘었고 덕분에 지난해 매출(230억원)이 1년 전의 10배 넘게 늘었다.

래디쉬는 창업 초기 네이버와 카카오 모두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창업하던 해 네이버웹툰이 초기 투자자로 참여했고 2019년 카카오페이지(현 카카오엔터)가 소프트뱅크벤처스 등과 같이 76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마지막엔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네이버는 지난 1월 글로벌 1위 웹소설 업체 ‘왓패드’를 6500억원에 인수했다. 이 대표는 “네이버는 이용자를 먼저 모으는 플랫폼 전략이라면 카카오는 돈을 벌 수 있는 콘텐츠를 우선 확보하는 전략인데 카카오의 전략과 청사진이 우리와 맞았다”고 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11일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네이버가 인수한 왓패드는 사용자만 9000만명이다. 월 이용자 100만명인 래디쉬와는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이 대표는 “래디쉬는 1만개가 넘는 작품들을 100% 소유하고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왓패드는 작가가 소유한 작품을 무료로 올리고 광고로 돈을 버는 유튜브 모델이라면 우리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돈을 버는 넷플릭스 모델”이라며 “래디쉬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웹툰·드라마·영화로 무궁무진 확대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엔터가 사용자가 왓패드의 10분의 1수준인 래디쉬를 네이버의 왓패드 인수가와 비슷한 금액으로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인수 이후에도 이 대표는 래디쉬 경영을 계속하면서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전략 담당을 겸한다. 그는 “카카오엔터의 웹소설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번역해서 유통하는 작업과 래디쉬의 소설들을 북미에서 웹툰화하는 작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이승윤 당시 바이라인 대표가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안 어산지(오른쪽)을 인터뷰하고 찍은 사진. /이승윤 대표 제공

이승윤 대표는 영국 옥스퍼드대 유학생 출신이다. 2012년 학생회 격인 ‘옥스퍼드 유니언’ 회장에 한국인 최초로 당선돼 주목을 받았다. 옥스퍼드 유니온은 보리스 존슨 현 총리를 비롯해 글래드스턴, 솔즈베리 등 역대 영국 총리 여럿이 학창 시절 활동했던 단체다. 정치·철학·경제학부를 다녔던 그는 2014년 ‘바이라인’이라는 이름의 인터넷 매체를 만들었다. 그는 “위키리스크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를 인터뷰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바이라인의 첫 투자자가 이재웅 다음 창업자였다. 이재웅 대표는 “아이디어는 남에게 조언받고 베껴서 얻는 게 아니다. 혁신은 너 자신만이 하는 것이다. 자문 쇼핑을 다니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그는 직접 취재도 하며 현장을 뛰었다.

창업 후 한동안 수익을 내지 못해 2015년 말 자금난에 빠졌다. 매체를 운영하며 텍스트의 힘을 체험한 이 대표는 한국에서 뜨고 있던 웹소설을 보고 미국 실리콘밸리로 날아가 도전에 나섰다. 아마추어 작가들을 하나하나 영입해 한국식 ‘기다리면 무료’ 방식으로 연재하는 방식이었다. 2018년 수 존슨 전 ABC 부사장 영입을 계기로, 할리우드식 집단 창작 방식을 도입했다. 이 대표는 “이때부터 회사가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래디쉬를 글로벌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